수동 소싱에서 자동화까지, 초보 리셀러의 진화 과정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만들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 보였다.
뭐가 팔리는지 알게 됐고, 왜 안 팔렸는지도 알게 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팔 물건을 어떻게 구해오느냐는 거다.
우리 같은 리셀러의 구조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되게 단순하다.
일본 고객이 Qoo10에서 주문을 넣는다. 우리가 보유한 재고를 일본으로 보낸다. 재고가 없으면 국내 쇼핑몰에서 그 물건을 사서 바로 일본으로 보낸다. 끝.
거기서 더 나아가 '드롭 쉬핑(Dropshipping)'이라는 방식도 있다.
이건 판매자가 재고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고객이 주문하면 공급업체(제조사/도매처)가 고객에게 상품을 직배송하는 무재고 온라인 유통 방식이다.
근데 이 드롭 쉬핑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사나 도매처와 그 공급 방식에 대한 계약이나 프로세스를 협의해야 했다. 근데 커머스를 1도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누가 그런 걸 해주겠나. 해주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우리가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부수적인 장치일 뿐이지 핵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커머스의 장점을 충분히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가끔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그게 당일이나 다음날에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당일 배송', '익일 배송'이라는 용어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니까. 그럼 우리가 빠르게 물건을 받고, 이걸 바로 일본으로 보내기만 하면 '재고'를 보유한 곳과 하루, 이틀 정도만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큐텐의 정책이다.
큐텐에서는 주문일로부터 최대 3 영업일 이내에 물건 배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3일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 가는 물류 센터에 가져다주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즉, 월요일에 고객이 주문을 하면 우리가 물건을 구매하고, 그 물건을 다시 물류 센터에 가져다주는 일정을 3일 내로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나이스!
'일본에서 우리 제품이 하루나 이틀 늦게 오면 엄청난 패널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알다시피 해외 직구는 원래 오래 걸린다. 국내에서의 하루이틀 차이와 해외 배송에서의 하루 이틀 차이가 갖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그리고 일본의 배송은 특이하게도 대부분 '대면' 배송을 통해 받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 며칠씩 지연되는 경우가 굉장히 잦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1.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2. 주문이 들어온 즉시 한국의 쇼핑몰에서 배송을 요청한다.
3. 사무실에 배송이 오면 모아서 한 번에 KSE에 가져간다.
재고를 쌓아두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사서 보내는 방식이다. 재고 리스크가 없으니까 좋다. 하루 한두 건이면.
하루 한두 건이면 정말 좋다.
문제는 그 단계를 벗어난 다음이었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를 알게 된 후로 상품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뭘 팔라고 알려주니까 자신감이 붙었다.
에센스 하나, 선크림 하나 이러던 게 60개가 됐다. 다행히 매출은 조금씩 올라갔다.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우리는 등록한 상품 60개 모두의 소싱처 가격을 확인했다.
- 올리브영 접속. 상품 A 가격 확인. B 가격 확인. C 가격 확인... 올리브영 끝.
- 네이버 쇼핑 접속. 같은 상품 A 가격 확인. B 가격 확인...
아, 네이버는 상품은 같지만 조건이 서로 다른 경우가 엄청 많다.
- 쿠팡 접속. A 가격 확인, B 가격 확인...
상품 60개에 각각 소싱처를 5개씩 기록해 뒀다고 하면 가격 확인만 300번이다. 매일.
하나 확인할 때마다 1분을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루에 5시간이다.
그리고 가격 확인이 끝이 아니다. 재고도 봐야 한다. 올리브영에 있나? 없으면 네이버는? 쿠팡은?
상품 60개 가격 확인 300번, 재고 확인 300번.
이게 우리의 아침이었다.
가격 변동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어느 날 팀원이 슬랙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그 토너 올리브영에서 12,000원이었는데 지금 15,000원 됐습니다.
프로모션이 끝난 거다. 재고가 사라지든, 할인이 끝나든, 아니면 판매자가 가격을 바꾸든. 어제까지 12,000원이던 게 오늘 갑자기 15,000원이 되는 건 일상이다.
우리 입장에서 이게 왜 무섭냐면, Qoo10 판매가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Qoo10 판매가: 2,200엔.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20,000원. 여기서 Qoo10 수수료 빼고, 배송비 빼고, 포장비 빼고 나면 소싱에 쓸 수 있는 돈이 12,500원쯤 된다.
소싱가가 12,000원이면 마진 500원. 적지만 괜찮다.
근데 소싱가가 15,000원이 되면? 팔수록 2,500원씩 손해다.
그날 아침 확인했더니 주문 3건. 소싱하려고 올리브영 들어갔더니 15,000원. 이미 고객한테 "발송 준비 중"으로 넘어간 상태.
파는 게 공포가 되는 순간이었다. 잘 팔리면 팔릴수록 무섭다. 가격이 변했을 때 손해가 커지니까.
실제로 우리는 몇 번이나 눈물을 머금고 몇천 원씩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사서 보냈다.
품절은 가격 변동보다 더 나빴다.
고객이 주문한다. 좋다. 올리브영 들어간다. "일시품절." 네이버 간다. 여기도 없다. 쿠팡. 없다. 세 군데 다 없다.
그러면 뭘 해야 하냐.
당근해야 한다.
Qoo10에서 주문 취소를 하면 패널티가 생긴다.
한두 번이면 이해해준다.
근데 취소가 많아지면 페널티가 심해진다.
직전 분기(3개월) 취소율이 10%를 초과하면 큐텐 판매의 핵심인 메가할인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에이. 뭐 품절이나 급격한 가격 상승이 그렇게 많겠어?'
많다. 해보면 안다. 많다.
어느 날 저녁에 팀원이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코드를 짜는 사람들이다. 반복 작업을 보면 자동화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다. 근데 매일 아침 올리브영에서 가격표 숫자를 눈으로 읽고 있다.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이전에 만든 데이터 수집 시스템이 큐텐 시스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만들어야 하는건 소싱처 가격을 긁어오는 것이었다.
올리브영, 네이버 쇼핑, 쿠팡. 세 군데를 주기적으로 돌면서 우리 상품 60개의 가격과 재고 상태, 배송 상태를 수집한다.
단순히 우리가 골라둔 쇼핑몰에서 데이터만 수집만 하면 의미가 없다. 핵심은 더 적절한 소싱처 제안이었다.
한국의 수백 수천개 쇼핑몰에서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 & 옵션 & 배송 등등을 모니터링해서 우리에게 알려줘야 했다.
단순히 우리가 보고있었던 쇼핑몰에서의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어디에서 이 상품을 사야 가장 저렴하고, 3일 이내에 안정적으로 우리가 받을 수 있는지. 이게 핵심이었다.
그래야 우리가 큐텐에서 팔고 있는 상품을 안정적으로 소싱할 수 있었다.
여기서 팁 하나. 올리브영 전용 CJ 카드 얘기다.
KB에서 CJ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올리브영 구매 금액의 10%를 항상 할인해준다. 이걸 소싱에 적용하면 꽤 크다.
12,000원짜리 상품을 올리브영에서 사면 12,000원이다. 근데 멤버십 할인 적용하면 10,800원이다. 차이가 1,200원. 마진이 1,000원이었던 상품이 갑자기 마진 2,200원짜리가 된다. 두 배 이상.
소싱처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니 쇼핑몰을 클릭하며 돌아다니며 낭비한 시간이 돌아왔다.
단순히 시간이 생긴 게 아니다. 머리가 생긴 거다. 아침마다 아무 생각없이 300번 클릭질을 하고 있으면 뇌가 소진되면서 전략적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어진다. 엑셀에 숫자 옮겨 적느라 하루가 가던 사람이, 갑자기 전략을 고민할 시간을 갖게 된 거다.
자동화가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지키는 거라는 걸, 이때 확실히 배웠다.
한국에서 구매하고, 일본에 그대로 가져다 파는거.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우리는 이게 '아비트리지(Arbitrage)'라고 하는 차익거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적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아비트리지.
자본이 많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배운게 많다고 돈을 많이 버는게 아닌, 그런 아비트리지.
우리가 찾던 딱 맞는 시장이었다.
우리는 커머스 시장의 아비트리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