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흥국사
작년, 아니 그 전부터 시작한 일들. 어느 순간 마음이 무겁고 방향을 못 잡고 있었다.
그러한 마음에 대해 나는 언제부터인가 원인을 밖에서 찾고 있었다. 마치 손에 지갑을 들고 있으면서도 지갑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혹시라도
너무 오래 달렸나 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으면서도
'괜찮아. 이대로 가면 돼.'
하고 다독였나 보다.
그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템플스테이.
원래는 머리를 밀고 절에 들어가 1~2달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바로바로 실천하지 않으면 잊는 것이 마음인가.
아쉬운 마음에 템플스테이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게 어언 3년이 되어가나 보다.
어머니 생신에 맞추어 오산 집에 내려가 있었던 나는 너무 힘들었다.
왜 힘들었는지 모르는 채.
대책 없이 '덜컥'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우리나라 불교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조계종에서 하는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정말 다양한 곳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도 깔끔해 관심 있는 분들이 들어가 보면 좋겠다.
고양시에 있는 흥국사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것은 별 이유가 없다.
그냥 서울에서 가깝고, 북쪽이면 뭔가 더 신선할 것 같았다.
잊고 있었는데 금요일에 전화가 왔다.
'이번 주 주말 템플스테이 신청자가 혼자이신데 취소하시겠어요?'
그럴까? 생각했다.
막상 내일 절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가기 싫었고, 무엇보다 혼자 낯선 상황에 맞닥뜨리기 싫었다.
그래도 포기하기 싫었다.
토요일 템플스테이가 시작되는 날
점심 지하철을 타고 연신내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탔다.
마음도 몸도 피곤했는지 계속 꾸벅꾸벅 졸다가 내릴 곳을 지나치고 한참 멀리 가버렸다.
'너무 멀리 왔는데, 그냥 가지 말고 집에 갈까?'
그래도 다시 반대편 버스를 탔고, 이번엔 제대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흥국사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었다.
흥국사로 올라가는 길목은 전혀 자연과 어울리는 풍광이 아니었다.
물론 거기에 지어진 단독주택들은 정말 멋있었다.
'나도 저런 집 짓고 살아야지!'
하지만 곳곳에 공사 중인 건물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씨와 겹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시작부터 맥이 빠졌다.
절에 올라가면 잘 찾아왔다고 간판이 있다.
흥국사 템플스테이
'잘 찾아오긴 했구나.'
사무실(?)에 들어가 인사를 하니 옷을 내어주시고 하룻밤 지낼 곳을 알려주셨다.
'지금부터는 공양하실 때 말고는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뭔가 허전해 여쭤봤다.
'혹시 스님과 대화를 하거나, 스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배우거나, 아니면 제가 뭐 할만한 게 있을까요?'
이상하게 쳐다보셨다.
'휴식형 신청하셨죠? 그냥 쉬시는 게 다예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는 왜 이곳까지 와서 무언가 꽉 찬 것을 바라고 있을까?
1분 1초가 아쉬워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스님을 만나고, 구경을 하고, 불경을 외고...
나는 왜 또 꽉 찬 하루를 그리고 있나 싶다.
암튼 방에 들어와 주신 옷으로 갈아입었다.
4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었는데, 방에 화장실도 깨끗하고 옷장도 있었다.
무얼 할까 생각하다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저녁 6시쯤 되니 공양할 시간이란다.
마침 배가 고파 뒷짐을 지고 공양간에 갔다.
과연 생각대로 다 나물 반찬이다.
공양간에는 아주머니 한분만 계시고 아무도 없어 혼자 밥을 먹었다.
먹어보니 맛있다.
정말 맛있었다.
문득 나는 매일매일 어리석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났다.
'왜 몇 시간 후 배고플 것을 걱정하고 끼니때마다 많이 먹으려고 하지?'
참 웃긴 친구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있으니 종소리가 났다.
나와보니 스님이 종을 치고 계셨다.
흥국사에 와서 처음으로 스님을 봤다.
종을 치시고 스님이 저녁 예불을 하러 가신다.
따라갔다.
'스님. 저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스님이 책을 주시며 가르쳐 주셨다.
스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스님도 사람이구나'
저녁 예불을 마치고 방에 들어왔다.
정말 고요했다.
새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목탁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4시.
스님이 목탁을 치시며 돌아다니고 계셨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
새벽 예불을 드리러 나갔다.
스님이 새벽 타종을 하신다.
내 발소리가 너무 크다.
걸을 때마다 사찰 내에 울려 퍼진다.
괜스레 죄송스러워진다.
주지스님, 그리고 두 분의 기도 스님과 함께 새벽 예불을 드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드리는 예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건함이 몰려왔다.
스님들이 외시는 염불을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많은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침 공양을 드리고 담당자분과 차담을 했다.
녹차를 마셨는데 뭔가 깊은 맛이 있는 것 같았다.
담당자분에게 궁금한 것을 많이 여쭤봤다.
'궁금한 게 참 많으시네요.'
그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랴.
그게 나인걸.
하룻밤 사이에 조금은 배웠나 보다.
처음 와본 템플스테이.
거창한 게 있는 건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조용히 혼자 있었다.
답을 찾으러 갔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혼자 갔다 혼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