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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Aug 17. 2018

스웨덴 은행 이용기

스톡홀름살이 1


17th August 2018


SEB 라는 은행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본다.

!! 주의: 모든 스웨덴 은행을 가본 것은 아님 !!


1. 현금을 아무데서나 입금할 수 없다

스웨덴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도 흔하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아서인지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려면 이런 기능이 있는 ATM을 찾아가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SEB를 예로 들면, 지점에서 현금 관련 업무를 하는지 따로 보여주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라면 현금을 입금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1초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bankomat 은 스웨덴의 ATM 체인 회사로 스톡홀름을 걷다 보면 꽤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의 은행 안에 붙어있는 ATM이 아니라 미국처럼 건물의 벽에 돌출된 형태로 나와있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문득 우리나라만 이런 구조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현금을 입금하려면 가능한 bankomat machine을 찾아야 한다(find nearest to bankomat.se). 나는 현금만 입금해봤지만 홈페이지에 의하면 동전 입금과 유로 사용 여부도 나누어져 있다. 또한 참고로 스톡홀름 중심중의 중심가에 지폐 입금이 가능한 기계는 7개 정도이다. 다행히 크롬이 스웨덴어를 영어로 훌륭하게 번역해주어서 위치 찾기도 가능하고 회사 근처에 한 대가 있어서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 있었다!


스톡홀름 시내에 지폐를 입금할 수 있는 ATM 개수


2014년 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ATM이 굉장히 많은 편으로,  십만 명당 ATM 설치 대수는 한국이 291대이고 스웨덴은 41대라고 한다.

(출처: KDI 한국개발연구원 http://www.kdi.re.kr/policy/ep_view.jsp?idx=160640&&pp=10&pg=1)

무엇이든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우리나라에서 ATM도 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절대적 편의의 기준으로 볼 수는 없지만 평생 현금 입금 고민 없이 살아온 나에게는 한 번의 허들이자 문화충격이었다.


2. 송금이 실시간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스웨덴의 주민등록증인 ID카드를 신청하려면 400크로나를 사전에 입금한 영수증을 가지고 Skatteverket (영어로 Tax Office라고 주로 부른다)을 방문한다. 위에 말한 현금 입금도 카드를 신청하면서 비상금으로 환전해 온 현금을 사용하려다가 발생한 작은 사건이었다.

또 한 번의 문화충격은 송금이 실시간으로 되지 않는 것! 나는 금요일 점심시간에 신청했는데 실시간 처리가 아니라면 몇 시간도 아니고 심지어 다음 working day에 처리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ATM을 찾기 힘든 정도의 충격이 아니라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은행에서 제공할 수 있는 트랜잭션을 왜 스웨덴이라고 못 할까? 이사하기 전에 읽었던 스웨덴에 대한 책에서, 스웨덴 관공서의 IT 인프라가 일찌감치 갖추어졌고 은행과 관공서끼리의 연계도 잘 되어있다고 본 바 있다. 더군다나 King, Spotify, Skype 같은 회사들이 탄생한 나라이며 유럽에서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IT 스타트업이 잘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고 그래서 IT 선진국이라고 불리고... 생각할수록 더 이상한 것이다! 내 계좌가 비트코인도 아니고 며칠이나 걸릴 이유가 없지 않나.


10일 송금이 13일 처리 예정이다


같이 일하는 스웨덴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구글링도 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 Quora에 익명으로 질문을 올렸다: https://www.quora.com/Why-does-transferring-money-between-Sweden-banks-take-a-few-days 여태까지 4개의 답변을 받았는데 아무도 제대로 된 이유는 모르는 것 같다. 돈을 하루라도 더 들고 있으면 은행이 이익을 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그럴싸하지만, 음모론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나라 은행이라고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닐 테니 완전히 믿기 힘들다. 스웨덴은 투자 상품으로 이익을 못 내서 송금으로라도 이익을 모아야 하는 걸까?



덧붙여서, 스웨덴에 '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업무를 하다 보니 ATM처럼 스웨덴의 관공서나 은행은 담당하는 업무가 오피스마다 다른 경우가 있는 것을 보았다. 내 입장에서는 하나의 프로세스인데도 첫 번째는 A에서 하고 두 번째는 B에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Skatteverket에서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Personal Number를 받고 그다음에 ID카드를 신청하는데, 스톡홀름에 있는 Skatteverket 중에서도 ID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오피스는 따로 정해져 있다.

나는 쉽게 정착할 수 있게 회사에서 Relocation 전문 회사를 연결시켜주어서 담당자들이 예약을 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일들을 도와주었지만 모든 일을 혼자 하려고 했다면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만 꽤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온 나의 입장이다. 하지만 딱 서울만큼인 스웨덴의 인구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비슷한 일에 많이 배치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만큼 처리할 민원이 많지 않을 수도 있고.


오늘 조금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ID카드가 나오기 전에 임시로 은행계좌를 열어서 체크카드를 먼저 사용하고 있고 계좌는 은행을 찾아간 당일 바로 열었다. 그리고 신분 증명(?)이 끝나면 계좌를 임시에서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내가 이 얘기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 했더니 그는 스웨덴 입장에서 위험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임시로 계좌를 여는 것이 몇 달씩 걸려서 ID카드를 받고 하는 것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으로 우리나라와 그가 온 나라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어려움 없이 잘 안착하고 있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오늘은 첫 출근한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몸과 마음은 아직 스위덴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평소 컨디션보다 가라앉아있고 감기랑 두통도 자주 온다.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도 남아있다. 한국에서 배로 오고 있는 짐, 아이디카드와 은행, 신용카드, 회사 수습... 스톡홀름이 익숙해지고 어느순간 한국에 갈까 고민하는 그 날까지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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