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열 Nov 10. 2015

금융사주 2화

금융도사와 삼포세대의 만남

금융과 경제생활에도 사주가 있다. 금융사주로 풀어 보는 재무상담"이란 광고를 보고 서연과 승민은 ‘금융사주’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로그인을 한 후 자신의 인적사항과 재무정보 몇 가지를 입력했다. 그러자 큐브 모양이 지그재그로 몇 번 돌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첫번째 화면에 3가지 정보가 나타났다.

첫째 정보는 부자 가능성, 둘째 정보는 부채 정도, 셋째는 비상예비자금이었다. 부자가능성은 29%로 "부자 될 가능성이 낮음"이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부채 정도는 높음, 마지막 비상예비자금은 1,200만원이라고 표시되었다.


두번째 화면은 소원찾기다. 승민씨와 나이 및 소득이 동일한 영역(Cohort)에 있는 사람들의 현재 재무적 소원은 1위가 결혼자금(78%), 2위가 차량구입(20%), 3위가 대출상환(2%)순으로 나타났다. 소원 1위인 ‘결혼자금 마련’이라는 아이콘을 클릭하자 해결안이 나왔다. 결혼자금은 남녀평균 8,800만원이며, 보통 3년 후에 결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월 230만원 정도씩 평균금리(3%)로 저축해야 한다는 수치도 보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금융사주 어플에서 추천하는 금융상품은 펀드와 적금이었다.


금융사주 큐브


다음 화면에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금과 펀드 상품을 구매하겠는가?"라는 메시지가 떴다. ‘YES’를 누르자 각 금융기관별 상품을 비교 분석한 사이트에 연결되고 직접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 ‘금융사주 신청하기’라는 버튼이 눈에 띄었다. 신청버튼을 누르자 캘린더가 나타나고 금융도사(이하 금도)의 월간 일정표와 행사내용이 보였고, 비어있는 날짜를 누르자 오전, 오후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서연과 승민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오후 2시경을 체크했다.


서연과 승민은 부자가능성이 낮다는 ‘금융사주’의 결과에 크게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능성을 높일 것인지 제대로 된 해답을 금도(金道)로부터 찾기 위해 큰 용기를 낸 것이다. 토요일 오후 강남에 있는 금융사주 상담실은 평안했다. 금도는 창문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금도의 나이는 50세 초반으로 평범하고 자상한 교수 스타일이었다. 자신은 금융회사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재무설계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3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금융과 사주 명리학을 접목한 ‘금융사주’라는 독특한 이론을 집대성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금도는 '금융의 도를 가르치는 사람'이란 뜻과 '돈을 칼처럼 통제한다'는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연과 승민의 금융사주 결과를 본 금도는 구체적으로 금융사주 상담을 시작했다.


<입력정보>

이름 : 김승민(35세)

소득 : 월 400만원

결혼 : 미혼

직업 : 중견기업 대리

주택 : 월세

자산 : 1억원(보통예금 2,000만원, 펀드 1,000만원, 주식 2,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부채 : 5천만원(학자금대출 5백만원, 자동차대출 1천만원, 카드 및 마이너스대출 3500만원)


<출력정보>

부자 될 가능성 : 낮음(29%)

부채 정도 : 매우 많음(50%)

비상자금 : 1,200만원(준비됨)


<재무 소원 찾기>

1위 : 결혼자금 78%(3년 후 5천만원)

2위 : 자동차 구입 20%(아우디A4, 4,500만원)

3위 : 대출상환 2%(학자금대출, 카드대출)


다음은 금도(金道)가 서연과 승민에게 전하는 ‘금융사주’ 결과를 풀이한 해설이다.


<인적사항>

이들 커플은 흔히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이다. 연애도 사치이고, 결혼할 자금이나 주택마련의 꿈도 꾸기 어려운 세대이다. 게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양육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한다. 하지만 서연과 승민 커플은 3년 후에 결혼을 하기로 굳게 약속한 상태이다. 현재 승민씨의 급여는 월 400만원 정도로 적은 금액은 아니다. 운행 중인 자동차는 얼마 전 국내산 중형차를 할부로 구입했다. 50%는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3년 할부로 한 상태라 이자가 매월 10만원 이상 나가고 있는 중이다. 승민씨 커플과 같이 예비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온다는 것은 재무설계를 하는데 있어 매우 바람직한 태도이다.


<소원찾기>

승민씨 커플이 원하는 것은 당장 3년 후로 계획하고 있는 결혼자금이다. 실제 승민씨 커플이 원하는 금융사주 결과인 소원(So-Want)풀이도 결혼자금이다. 이 결혼자금에는 신혼여행뿐만 아니라 신혼집으로 쓸 전세자금까지 포함하고 있다. 평균 8,800만원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에서 전세를 구하려고 해도 최소 2억원 이상은 있어야 하므로 전세자금대출을 받고자 한다.


<금융사주 분석>

1. 부자 가능성(The Rich Ratio) 일단 승민씨 커플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부자가능성이다. 이는 미국의 '토마스.J.스탠리' 부자학 교수가 개발한 지수로 순자산(자산-부채)을 자신의 나이와 연봉으로 나눈 수치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서연이와 승민씨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따라 29%가 된다. (자산 1억원 - 부채 5000만원)×10/(나이 35세×월급 400만원×12개월)×100


결과 값이 50% 이하는 부자가능성 낮음, 100% 이하는 보통, 200% 이하는 높음, 200% 초과는 매우 높음이다. 이를 응용하면 자신의 나이와 연봉을 곱한 금액을 10으로 나눈 수치가 본인의 현재 적정한 순자산 규모라는 뜻이다. 승민씨의 적정 순자산 규모는 1억6800만원이다.


2. 부채 정도(Debt Ratio) 부채정도는 부채를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승민씨의 경우에는 50% 이다. (부채 5000만원/자산 1억원)×100


이를 해석해 보면 부채 정도가 20% 이하이면 건전한 상태, 20-40%이면 부채가 많은 상태이며, 40% 초과하면 매우 많은 상태임을 나타낸다. 보통 40%가 넘는 가정은 하우스 푸어로 급여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상환되기 때문에 삶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승민씨의 경우에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모든 일을 제치고 빚부터 갚는 것이 우선이다.


3. 비상예비자금(Emergency Fund) 비상예비자금은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반드시 유동성 자금(현금, CMA, 예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비상사태란 수입이 발생되지 않는 상태로, 본인이나 가족의 사망, 질병, 사고, 실직, 사기, 파산 등의 사태를 의미한다. 이때 비상자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카드를 사용한다든가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의 3~6개월분에 해당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어떠한 비상상황에서도 부채없이 극복해 갈 수 있다. 승민씨의 경우 급여가 400만원이고, 외벌이 상태이므로 3개월 정도만 준비되어 있으면 되므로 1,200만원이 적정한데, 현재 이 금액은 예금형태로 준비되어 있다.


<금도(金道)의 처방>

1. 목적자금 만들기 : 3년후 2억원 결혼자금 만들기(월 550만원)

2. 금융사주 재무설계 7단계 중 1단계부터 START!


1단계 : 부채상환

2단계 : 비상예비자금 마련 및 위험설계

3단계 : 목적자금설계(본인 결혼자금)

4단계 : 은퇴설계 및 자녀교육자금 설계

5단계 : 주택담보대출상환

6단계 : 투자설계

7단계 : 재무적 독립


금도(金道)는 승민씨 커플의 소원이 결혼자금 마련이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채를 상환하라고 조언하였다. 그리고 비상예비자금으로 급여의 3개월치를 CMA로 준비해 두고 모든 신용카드를 절단하고 체크카드로 전환한다. 체크카드가 소득공제율도 2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필요한 보장은 실손 의료비 위주로 준비한다.


핵심은 부채상환이다. 현대인은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미국 대학생의 40% 이상은 졸업하기도 전에 카드 빚을 진다고 한다. 과연 우리 나라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학교 등록금으로만 사용했을까? 남의 돈으로 차 사고, 집사고, 여행 가는 것은 아마 플라스틱 머니인 신용카드가 나온 후부터 일 것이다.


부채는 상환 금액이 적은 것부터 갚아 나간다. 적은 부채를 갚다 보면 자신감이 붙어 첫번째 원리금 상환하는 금액과 절약하고 저축한 돈을 합쳐서 두번째 부채를 갚는다. 두번째 부채를 갚고 더 이상 소비를 줄여서 저축을 할 수 없다면 돈이 될 만한 물건을 판다. 그중 자동차가 가장 비싸다. 자동차는 구입 후 4년이 지나면 보통 60% 감가상각이 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빚을 갚는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빚을 갚아 나가는 것을 ‘눈덩이효과(Snowball)효과를 통한 부채상환방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세담보대출은 꿈도 꾸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 위해 건너야 하는 첫번째 관문인 부채상환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울 속의 나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거울 속의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한 과소비로 돈을 통제하지 못하는 돈의 노예인가? 아니면 기본소득 내에서 지출하고 저축하며 종자 돈을 형성해 가고 있는 진정한 돈의 주인인가?


서연과 승민은 집으로 돌아가는 정릉행 버스 안에서 올 가을 제주도 여행을 가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 돈으로 첫번째 부채인 학자금 대출을 제일 먼저 갚기로 했다. 그리고 "빚부터 갚아라"는 금융사주로 풀어 본 재무설계 조언이 그 동안의 재무설계와 같으면서도 왠지 새롭고 다른 느낌이었다.(계속)

작가의 이전글 금융사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