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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Story Apr 18. 2019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 개사료를 먹으며 버틴 타냐

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어느 지하 창고.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좀 더 귀를 기울여보면 아주 희미하게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습니다. 손전등 없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이 지하창고에 개 4마리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아니, 방치되어 있습니다. 목에 단단한 노끈이 묶인 채로 말이죠. 이 현장을 최초 발견했던 봉사자는 충격에 한동안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노끈에 묶여있던 4마리의 개들과 1마리의 아기 고양이에게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고작 1m에 불과했습니다.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은 바로 노끈의 길이가 허용하는 곳까지였습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평생동안 1m의 공간에서 살아온 아이들. 특히 아기 고양이는 개들 사이에서 그리고 꽤 커 보이는 개 사료에 얼굴을 묻고 버텨온 것으로 보입니다.


봉사자는 영양이 부족할 아기 고양이를 서둘러 구조하여 개 사료가 아닌 고양이 사료를 구해 급여하였습니다. 학대로 굶어온 아이들이 항상 그렇듯 아기 고양이도 음식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순식간에 사료를 먹어치웠습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녀석을 지하에 묶어놨던 당사자는 고양이 사료를 먹이면 똥냄새가 심하다며 개 사료를 급여했다고 합니다.

이번 이야기 속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타냐입니다. 타냐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평소 유기묘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한 제보자에게 전해졌고, 제보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타냐를 임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보자는 타냐에게 사람이 얼마나 다정한 존재인지. 사료보다 맛있는 간식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의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물론 세상은 타냐가 지내온 1m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는 것도 말이죠. 

타냐는 제보자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똥꼬발랄한 까불까불 고양이로 변했으며, 사람만 보면 두 앞다리를 들고 껴안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끔찍했던 타냐의 구조 이야기와 이제는 밝아진 타냐의 모습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고, 현재 타냐는 새로운 가정집에 무사히 입양되어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며칠간 돌보며 정 들었던 타냐가 걱정될 법도 하지만, 타냐가 입양되는 순간까지도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어 걱정을 덜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도움이 없었다면 타냐는 여전히 어두컴컴한 지하에 묶여 있었을 것입니다. 타냐의 구조와 임시보호 그리고 입양에 기여한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타냐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타냐 보러 가기


제보자: 미카엘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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