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아미는 아니지만 덕밍아웃 좀 하고 가실게요.

짧은 글, 그보다 조금 긴 생각

by 초린혜원

BTS가 또 한차례 온 라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나 보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다 보니 팬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나름,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겠지만, 그들은 시작점부터 팬들과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소통해오던 터였기에 온 라인 공연 자체가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자연스럽고 오히려 더 그들의 매력을 십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섭섭함에 멤버들이 눈물도 보였지만, 그래도 그들을 향한 팬들의 마음과 그들이 팬을 사랑하는 진심은 서로의 가슴에 충분히 가 닿았을 것이다.


아! 사실 이 공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최근 이쪽저쪽에서 터져 나오는 그들의 병역문제에 관한 담론이 평범한 시민인 내게도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줘서, 이 아침 그만 상념에 사로잡혀버린 거다.


한쪽에서는 이때다 싶어 벌떼처럼 달려들어 군대를 가야 한다, 그러면 안된다를 왈가왈부하는 동안, 정작 당사자들이나 팬덤인 아미는 공정성에 의거, '당연한 국민의 의무'로 치부하고 있다. 뭔가 순서가 뒤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쳇말로 본인들이 대신 군대를 가줄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과 관련 논의를 사전에 충분히 한 것도 아니면서 이 문제를 혼자 등에 짊어지고 반드시 판결을 유리한 쪽으로 얻어내려는 무슨 변호인이라도 되는 냥, 그렇게 핏대를 세우고 있는 것이 영~불편하다. 만약에 아주 만약이지만, 내게 어떤 권한이라도 주어진다면 "제발 그 입들 좀 닫으시오!"라고 일갈하고 싶을 정도다.


기회주의자들의 패권다툼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잠시 이런저런 소회에라도 잠겨야 할 거 같다.


이 건실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 딸 또래여서일까? 나는 우리나라의 젊은 가수들 중 유독 이들에게 애착이 간다. 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한 어마어마한 보이그룹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들이 음악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십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BTS가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 확고한 신념이 내재된 노래 가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 우리 특유의 흥이 기반됐으나 과장되지 않은 몸짓에 반해서이다. 내 비록 아미는 아니지만 항상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찾아서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


문득 BTS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지금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지 못하고 그저 가능성 있는 그룹 정도에 머물러 있을 때이다. 평소 TV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특히 예능은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날 남편이 틀어놓은 한 예능 프로그램, 거기에 등장한 유독 발성이 좋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가진 청년에게 눈길이 갔다. 그는 다름 아닌 BTS의 리더 '랩몬(당시 활동 이름, 현재는 RM)'이었다.

"쟤는 누군데 저렇게 똑똑하지?"


'문제적 남자'라는 퀴즈 프로그램이었고, 여러 형식의 뇌 풀기 문제들을 RM이 거침없이 맞히고 있는 바로 그 장면을 보게 된 것이었다. 자막으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소속 그룹명이 나오고 있었다.


'방탄 소년단이라고? 이름 참, 그러네!'


뭔가 고만고만한 아이돌 그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 같은 그룹 이름이었지만 그날 본 RM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한동안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잣대에서 너무나 멀리 비껴있는 스마트한 태도와, 무엇보다 형형하고 총명한 그의 눈빛이 나를 사로잡았다. '안 되겠다. 궁금한 건 딸에게 물어봐야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어때?
방탄 소년단? 엄마가 걔들을 어떻게 알아? 신기하네.
왜?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서?


아니야 엄마. 그건 편견이라고. 일단 노래 한번 들어봐 꽤 괜찮아.

워낙에 음악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난데없이 보이그룹 이름을 들먹이는 엄마가 신기했던지 그들의 노래라며 '봄날'을 추천해 주었고, 그 후로 한참이 흐른 어느 날

스스로 찾아서 들었던 게 바로 '불타오르네'였다. 아니

들은 게 아니고 봤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뮤직비디오로 보이고 들려지는 그들의 노래는 신선했다. 그리고 왠지 정겨웠다.


'뭐지? 이 정겨움이란?'


정겨움의 정체는 바로 첫 부분 '불타오르네'라는 짧은 내레이션이었다. 우리 고향의 억양이 강하게 배어있는 그래서 더 폭발적으로 다가왔던 '불타오르네'는 그렇게 BTS의 음악세계로 들어가는 멋진 입구가 돼 주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RM이 짧게 출연해 너무 아쉬웠던 '문제적 남자'를 다시 보기 하는 열혈 시청자가 됐고, '아들이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달고 저렇게 자라주면 얼마나 뿌듯할까?, 흐뭇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RM도 그가 속한 방탄 소년단도 말이다.


이후 들의 노래를 하나하나 찾아 탐닉하면서 들의 노래에 녹아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 삶의 지향성, 나와 너의 연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전하는 목소리와 몸짓, 그 철학과 행동이 일치된 매력에 주목하다 보니 어느새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비주류에서 주류로 어느 날 갑자기 운 좋게 편승한 것이 아닌 부단한 노력과 포기하지 않은 결속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니 이 청년들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편식이 유독 심해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면 애써 찾아듣질 않는 나였지만 이렇게 BTS만큼은 예외였다. 어쩌면 이 예외는 그들이 음악을 그만두는 날까지.. 아니, 그들의 음악이 내 생을 관통해 울리는 나날들까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선호하는 장르가 아님에도 이토록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노래의 가장 큰 본질적 기능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있기 때문이다. 더 보탠다면 상처 받은 이들을 한발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하고 치유하는 기능 말이다.



아무리 트렌디하고 선도적인 형식과 내용을 가진 노래라 할지라도 노래의 원래 기능을 상실한다면 그 노래는 쉬 잊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BTS의 노래들은 놀라운 치유의 손길을 가사에 숨기고 있어서 한 번 듣고는 또 찾아 듣게 만드는 중독성을 지녔다.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혹 의도했다 하더라도 이는 분명 노래가 가지는 순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나오기 힘든 것이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BTS의 최신곡 'Dynamite'가 공간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소위 '1일 1 다이너마이트' 중이다. 코로나 19로 지치고 힘든 세계인들에게 밝고 화사한 기운을 안방으로 전달해준 이 잘생기고 에너지 넘치는 청년들을 사람이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폴론'의 현신이 따로 없음이니.


엄마뻘인 나는 그저 "너무 멋지네! 참~잘하네"라는 말로 이들의 걸어온 길을,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칭찬하고 또한 격려할 뿐이다. 이들은 오로지 음악을 통해서 분명하게 본인들의 나아갈 길을 밝혔고, 또 그렇게 한 걸음씩 장대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니 더욱더 그러하다.


한편으로는 클래식 음악이나 스포츠 분야들과의 차별성으로 논의되는 오늘날의 병역문제에 '왜 이제와서야?'라는 의구심도 생기고 더해 안타깝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생각이고 결정이기 때문에 뭣도 아닌 사람들이 나서서 이것이 옳네, 저것은 그르네...... 자기들끼리 감정이 격해져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가장 높은 곳, 그 정상에 올라섰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본인들을 그저 평범한 옆집 총각 정도로 봐 달라는 그들의 순수성에 흙을 뿌리는 격일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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