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생겨 날 때
편지, 딸에게
이른 아침, 너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뭐랄까...여태껏 과는 다른 느낌을 줬어. 보통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무렵에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 어땠냐?’며 엄마의 일상을 챙기곤 했었는데 새벽 일찍부터 요가에다 스터디까지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면서도 네 목소리엔 설핏 약간의 우울함이 묻어났거든....
어쩐지! 역시 엄마는 엄마더라.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해서 꽤 오랜 시간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이어진 네 얘기는 엄마를 들뜨게 했구나.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연애’ 얘기와, 친구의 연애가 너의 감정 선을 마음이 상하는 쪽으로 자꾸 끌고 가서 그것 때문에 고민이라는 네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말이야.
사실 인생을 살아오다 보면 그런 순간을 꼭 거치게 되거든.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연애로 생기는 우정의 공백 혹은, 가족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분리됐을 때 느껴지는 불안함 같은 건 어쩌면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반드시 거치거나 때로는 넘어서야 할 산 같은 것이기도 하지.
그래서 엄마는 너의 이런 소소하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심각할 수도 있는 고민거리가 내심 반갑기까지 했단다. 이런 고민들을 겪으면서 이뤄지는 내적 성장이야말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나큰 것임을, 엄마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으니까.
'숲 속의 나무도 사람 사이도 적당한 간격이 있어야 더 잘~자라고 단단해진다.'고 하잖아. 이럴 때는 멀어진 친구의 자리 딱 그만큼 너도 한 발 물러서서 친구를 바라보려무나.
너무 가까웠을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너희들의 관계성을 연결해주는 아주 튼실한 줄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그게 너희들이 쌓아온 10년 이상의 우정을 이끌게 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글어갈 힘이라는 걸 믿었으면 더 좋겠고.
‘절친의 연애’에 힘껏 박수를 보내는 멋진 우리 딸이 돼. 그래야 곧 다가올 너의 연애도 한층 더 빛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