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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Sep 16. 2020

욕으로 얼룩져 있는 일기장을 보며

편지, 딸에게

오늘, 욕으로 얼룩져 있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우연히 마주했단다. 그가 누구인가는 비밀!^^


당장이라도 그 페이지를 뚫고 나올 듯 펄떡펄떡 살아있는 문장이며, 임팩트가 화살처럼 뇌리에 꽂히는 단어들을 읽는 데, 갑자기 수 십 년간 막혀있던 체증이 뻥! 하고, 뚫린 느낌이 들었단다. 참 이상도 하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종교적인 윤리를 중시하는 집안에서 자라온 엄마에겐 , 욕이란 마치 담장 저 너머에 존재하는, 그래서 있어도 없는 것처럼 생각해야 할 그 어떤 것이었거든.


요즘도 대화 중간중간 상스러운 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젊은이들을 볼 때면 속으론 흠칫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정의감이  내포된 꼰대 정신이 발동하기도 해서, 곤란한 적도 있었지만.


하지만 욕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희한한 순기능을, 오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그 누군가의 일기 한 페이지를 통해 느끼고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흥미롭기조차 하니, 무조건 '욕지거리'라고 싸잡아 폄하할 일만은 아닐 듯 하구나.


적재적소에 쓰기만 하면 일상어가 풀어낼 수 없는 眞意를 훨씬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으니, 따져보면 욕에도 그 어떤 등급이 있다고나 할까!


괜히 멋쩍기는 해도 가만히 욕으로 뒤범벅된

일기의 문장을 따라 읽어봤단다. 이 글을 쓸 당시, 그의 기분을 공감해보고  '이토록 치열한 분노의 근원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말이야. 어디 욕할 것이 한두 가지인 세상이라야 말이지 그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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