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는 이야기

by 쪼교


일요일 저녁, 집 앞 카페에 혼자 왔습니다. 마감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지 손님은 별로 없고 사장님은 벌써 바쁜 손놀림으로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주문을 하기 전에 나는 미리 물어봅니다.


“여기 몇 시에 문 닫나요?”

“9시에 닫습니다.”


지금이 8시니까 한 시간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한 시간이면 내겐 충분합니다.

카페 안은 음악도 없이 조용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의자 끌리는 소리가 더 잘 들립니다. 나는 따뜻한 카페 모카 한 잔을 주문하고 밖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이미 어두워진 거리의 풍경 속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도 집으로 돌아가고 있고, 노부부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카페의 창 앞을 지나갑니다. 그들의 눈에는 이 시각 환하게 불 밝힌 카페의 창가에 혼자 앉아 있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요? 얼굴은 정면을 향한 채, 나는 곁눈질로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어디선가 걸어온 젊은 남녀 한 쌍이 카페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립니다. 문을 밀고 들어올 듯하다가 걸음을 옮기고, 가던 길을 계속 가는 듯하더니, 다시 뒤돌아 카페 앞으로 돌아오고를 몇 번 반복하더니, 결국은 들어옵니다. 남자는 웃고 있고, 여자는 표정이 없습니다. 여자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걸 남자가 시간을 끌며 보내주지 않는 걸까요?


남자는 나처럼 마감 시간을 물어봅니다. 이제는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을 시간적 여유. 그는 잠시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합니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여자를 바라봅니다. 여자도 그를 봅니다. 혼자가 아닌 그들에겐 창밖의 풍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문한 카페모카가 나왔습니다. 컵을 감싸 쥐니 손바닥에 한겨울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조금 전 이 카페에 들어설 때만 해도 나는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카페 안의 냉기가 금세 내 마음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밖은 열대야가 시작되고 있는데, 에어컨이 작동하는 이곳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었습니다.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차가워 내 마음이 따뜻한 것을 원하니, 오히려 겨울날의 포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시원하고도 포근한 느낌.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따스함과 포근함이 목을 넘어가 뱃속까지 내려갑니다. 익숙한 쾌감에 마음이 안정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불안도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에 마지막 커피 한 잔이 더해져서 그런가 봅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내일이 지나면 또 다른 내일이 계속될 거라는 지루함.


이런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가끔 평일에 월차를 써서 외곽을 나가게 되면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전 그것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기에 이 시간에 이곳에 있는 것인가? 출근이라는 것을 안 하는 사람들인가?라고요.

일을 해야 한다는 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일이 내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목표 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성실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저는 성실한 사람이기에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은 데 가야 하는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젊은 커플 손님 중 남자가 벌떡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갑니다. 창밖의 풍경이 된 남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길게 연기를 뿜어냅니다. 연기는 검은 구름처럼 피어나더니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남자는 그렇게 몇 모금 빨아 대고 급하게 담배를 끕니다. 그가 다시 카페로 들어올 때 여자는 풀리지 않는 무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피합니다.


남자는 담배 연기에 무엇을 날려 보냈을까요? 여자가 싫어함에도 꼭 날려 보내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나도 담배를 피워 보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나도 저렇게 검은 연기를 내 보낸다면 기분이 전환될까요?

남자와 같이 새어 들어온 담배 냄새가 고요하던 카페 공기를 흩트려 놓습니다. 조용하던 카페 안에 우당탕하는 설거지 하는 소리가 살아나고, 포근했던 카페 분위기는 에어컨 바람에 살이 아려옵니다..

눈치껏 남은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장님은 반가운 미소로 안녕히 가세요를 외칩니다. 젊은 커플도 서둘려 나갈 채비를 합니다.

난 잊을 뻔한 쿠폰에 도장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카페를 나왔습니다.


7월의 저녁은 벌써 후텁지근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뜨거운 여름을 어찌 견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이 길을 지나 출근을 해야겠지요. 바쁜 걸음으로 앞질러 가는 젊은 커플도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겠지요.


집에 돌아가는 길,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내 앞에 다가옵니다. 달릴 때 보다 더 많은 먼지를 내며 내 앞에 섭니다. 내가 타지 않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버스는 달려 나갑니다. 나는 버스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나만 남은 정류장은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정지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고달픔이 다 하면 또 다른 고달픔이 찾아오겠지만, 나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먼지를 남기고 떠나간 버스처럼 이 시간이 내게서 떠나가고 또 다른 버스 한 대가 내 앞에 도착할 테니...


그렇게 주말을 떠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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