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 오기 전에도 나는 동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지구에는 말을 하는 존재와 말을 하지 않는 존재가 함께 산다고.
그중에서도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다른 별에서 왔다는 설이 많다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웃어넘겼다.
외계인은 나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여기에는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 생활을 연기해 온 외계인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고양이 별에서 온 존재들이라고 부른다.
내가 처음 그 별의 대사를 배운 건 작은 고양이 한 마리 덕분이었다.
어느 겨울 저녁 낡은 골목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있던 그 아이는 눈동자만큼은 따뜻했고 몸집만큼은 작았다.
손을 내밀었더니 망설임 반 필요 반의 얼굴로 내 손가락을 한 번 냄새 맡고는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울음을 냈다.
그 울음은 이 별의 언어와는 조금 달랐다.
짧고 부드러운데 안에 많은 문장이 겹쳐 있는 소리였다.
배가 고프다는 말과 춥다는 말과 혼자라는 말과 그래도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
나는 그 울음을 거의 본능적으로 번역해 버렸다.
아, 이 아이도 나처럼 자기 별에서 파견되어 온 존재구나.
집에 데려와 이름을 붙이고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일이 시작되었다.
처음 며칠은 그 아이가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확인하는 동안 나도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새로운 동선을 배웠다.
이 집에 이런 구석이 있었나 싶을 만큼 낮게 깔린 틈이나 사람은 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모서리 같은 곳들.
고양이 별에서 온 존재는 먼저 공간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편다.
나는 그걸 옆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 별에 잘 적응한 줄 알았던 나도 사실은 내 마음속 구석구석을 아직 다 돌아보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 아이는 나를 자기의 가구 중 하나로 인정해 주었다.
소파나 책장과 비슷한 순서로 다루는 것 같았지만 가끔은 조금 더 소중한 물건으로 취급받는 느낌도 났다.
내가 바닥에 앉으면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다리를 베개 삼아 눕거나 가슴 위로 올라와 둥글게 몸을 말았다.
그때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별이 되었다.
책도 읽지 못하고 휴대폰도 만지지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ceiling을 바라보았다.
그 시간이 이상하게도 이 별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고양이 별의 존재들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문장을 무수히 쓴다.
창틀 위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밖을 볼 때는 침묵이라는 문장을 쓰고
갑자기 거실을 전속력으로 뛰어다닐 때는 살아 있다는 문장을 쓰고
아무 일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볼 때는 너는 어디서 왔느냐는 문장을 쓴다.
나는 그 눈빛을 오래 보고서야 비로소 대답할 수 있었다.
나도 사실은 다른 별에서 왔다고.
다만 서류상으로는 지구인으로 처리되어 있을 뿐이라고.
그 아이와 함께 살면서 집 안의 냄새는 조금씩 바뀌었다.
세제 냄새와 볶음밥 냄새와 사람 몸에서 나는 저녁 냄새 사이에
사막 같은 건조함과 햇볕에 데워진 모래 냄새 같은 것이 아주 옅게 섞였다.
어느 날은 출근 준비를 하다 그 냄새가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 박히는 순간이 있었다.
아, 내가 돌아와야 할 곳이 생겨 버렸구나.
이 별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우주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하던 예전의 나는 그때 조금 흔들렸다.
고양이 별의 존재들은 시간을 다르게 쓴다.
우리에게 하루가 스무 개의 칸으로 나뉜 시간표라면
그들에게 하루는 해가 드는 자리와 그림자가 바뀌는 위치와 밥그릇에 남은 사료의 양으로 나뉜다.
나는 회사에서 돌아와 소파에 주저앉을 때마다 그 아이의 하루를 역추적해 보곤 했다.
방금 전까지 어디에 누워 있었는지
어느 순간 창밖의 비를 발견했는지
낮 동안 나 없이도 이 집을 잘 지켜줬는지.
아무 대답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그 침묵이 충분한 보고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또 다른 고양이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조금 덜 서툴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째 별의 존재는 첫 번째와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더 수다스럽고 더 겁이 많고 더 금세 웃다가 금세 삐지는 성격이었다.
같은 별에서 왔는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나는 비로소 이 별의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같은 나라에 태어나도 다르고 같은 회사에 있어도 다르고
심지어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른 채 살아간다는 사실을.
우리가 그렇게 불완전한 이해 속에서 서로를 어쩐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통해 조금씩 배워 갔다.
고양이 별의 존재들과 함께 살다 보면 가장 두려운 문장을 언젠가 맞이하게 된다.
언젠가 그들이 먼저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그날이 가까워 올수록 집 안의 공기가 천천히 변했다.
숨소리는 여전히 작게 들렸지만 창틀 위에 올라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장난감을 쫓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나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이 별에서 만난 모든 존재는 언젠가 각자의 별로 돌아간다는 것을.
그래도 심장은 자꾸만 미뤘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오늘 밤까지만.
그날 새벽
손바닥만 한 몸이 내 품 안에서 아주 조용히 식어 갔다.
나는 아무 기도도 떠오르지 않는 상태로 그 몸을 오래 안고 있었다.
고양이의 체온이 사라져 가는 순서를 처음 알게 된 밤이었다.
귀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씩 별빛이 꺼지듯 사라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외계인이라고 해서 죽음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더 많은 별을 떠올릴 뿐이었다.
그 아이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집 안의 냄새는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같은 세제를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도
공기 속 어딘가가 중요한 문장 하나를 잃은 책처럼 느껴졌다.
그 빈자리를 두 번째 고양이가 채워 주었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수어 놓기도 했다.
새로운 장난감이 집 안을 어지럽히고 새로운 울음이 새벽을 깨웠지만
나는 그 모든 소음을 고양이 별에서 온 존재들이 남겨 둔 메모처럼 받아 적었다.
언젠가 창밖을 바라보던 둘째 고양이가 갑자기 내 무릎 위로 뛰어올라와
오래도록 내 얼굴을 바라본 적이 있다.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이야말로 진짜 지구인일지도 모른다고.
지구의 햇빛과 바람과 먼지와 계절을 온몸으로 맞으며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만 집중하는 존재.
오히려 나 같은 쪽이 이 별에 제대로 착륙하지 못한 외계인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요즘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언젠가 정말 이 별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온다면
고양이 별에서 온 존재들이 먼저 저쪽 하늘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햇살이 잘 드는 창틀 위에 줄줄이 앉아 내가 늦게 오는 이유를 서로의 언어로 추측하다가
결국에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말고 잠들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오늘 일기의 끝에서 나는 다짐처럼 한 줄을 적는다.
이 별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부드러운 인간이 되었다면 그건 고양이 별에서 온 존재들이 내 곁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그들이 남기고 간 털과 흠집과 잠꼬대와 침묵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이 행성의 온도를 온전히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밤 나는 이 별의 이불 아래에서 두 마리의 숨소리를 상상하며 눈을 감는다.
아직 지구에 머물기로 한 외계인 하나와 먼저 자기 별로 돌아간 작은 생명들.
우리가 함께 덮었던 그 담요의 온도가 지구와 고양이 별과 내가 떠나온 모든 세계를
아주 잠깐 하나의 행성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