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by 쪼교


연말과 연초 사이의 도시는 이상하게 따뜻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돌아가기 위해 서둘렀고, 돌아갈 누군가를 위해 웃는 연습을 했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 꽃다발 포장지의 바스락거림, “조심히 가” “잘 도착하면 연락해” 같은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녔다. 그 말들이 내 귀를 스칠 때마다, 내 속에서는 얇은 빈 공간이 더 넓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얼굴이 있었고, 가까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들 앞에서 나는 늘 조금 늦었다. 웃음이 늦고, 말이 늦고, 마음을 내미는 타이밍이 늦었다. 결국 나는 “다음에”라는 말 뒤로 물러났다. 다음은 늘 멀고, 연말은 늘 가까웠다. 그래서 이 계절이 오면, 사람들의 귀향이 내게는 더 선명한 추방처럼 보였다.


그때 내 안에서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 자라났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멋있는 결심처럼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유 없이 깊어지는 병처럼, 조용히 퍼졌다. 무사히 하루를 마친다는 말 속에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우주를 떠올렸다. 떠나온 좌표, 한 번도 정확히 말한 적 없는 고향의 공기, 이름 붙이지 못한 별들의 배열.




출발은 새벽과 밤의 경계에서 시작됐다.

우주선은 화려하지 않았다. 지구의 세련된 자동차보다도 덜 반짝였고, 오래된 가전제품처럼 무심했다. 표면에는 미세한 흠집들이 층층이 박혀 있었고, 흠집 사이로 손가락을 문지르면 마른 먼지가 묻어났다. 나는 그 먼지를 털지 않았다. 먼지까지도 내가 여기에서 살았다는 증거 같아서였다.


해치 앞에 섰을 때, 손잡이를 잡은 손이 잠깐 떨렸다.

기대 때문인지 불안 때문인지, 두 감정은 늘 같은 온도로 다가왔다. 떠나는 사람은 늘 떠나고 싶어서 떠나면서도, 떠나기 싫어서 떠난다. 나는 그 모순을 끌고 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둔하게 울렸다.

그 소리 뒤로 지구의 공기가 한 겹 떨어져 나갔다.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걸었다. 벨트는 어깨에 딱 맞지 않고 조금 헐거웠다. 나는 일부러 조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고정되면, 내가 정말 떠난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질 것 같아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조금 흔들리고 싶었다. 흔들리면서,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남겼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버튼을 눌렀을 때 엔진은 화려하게 울지 않았다.

낡은 기계가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는 소리. 웅— 하고 낮게 울리는 숨. 그 진동이 등뼈를 타고 올라와 목덜미를 흔들었다. 희망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돌아간다, 마침내.

곧 불안이 따라왔다. 돌아가면 모든 게 나를 맞아줄까. 아니, 나는 나를 맞아줄 수 있을까. 희망은 늘 환영을 그리지만, 불안은 늘 검사대를 세운다. 나는 두 감정 사이에서 손바닥을 펴고 쥐었다. 내 마음의 통행증을 확인하는 것처럼.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몸이 좌석에 눌렸다.

복부가 아래로 끌려가고 심장이 위로 떠오르는 느낌. 입안이 마르며 혀가 낯설어졌다. 창밖의 풍경이 한순간에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지구의 소란이 마지막으로 나를 붙잡았다. 경적, 전광판의 빛,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얇은 막처럼 대기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 막이 찢어지길 바라면서도, 찢어지는 순간을 두려워했다. 몸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마음은 뒤를 향해 발목을 잡았다.


대기를 통과할 때 외벽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금속을 긁는 비명 같은 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 소리는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네가 익숙한 법칙이 없다. 네가 안전하다고 믿는 방식도 없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존심 같은 건 아주 쉽게 접혔다. 나는 우주를 다루는 존재가 아니라, 얇은 껍질 안에 앉아 있는 생물에 불과했다.


그리고 갑자기 고요가 왔다.

고요는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소리가 닿지 못하는 거리였다. 창밖의 파란빛이 얇아지고 검정이 깊어졌다. 하지만 그 검정은 빈 것이 아니었다. 검정 속에는 오래된 빛들이 떠 있었다. 별빛은 점이 아니라, 먼지처럼 흩어진 기억의 가루였다. 어떤 빛은 아직도 도착 중이었고, 어떤 빛은 이미 사라진 별의 마지막 숨결이었다.

그 사실이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공포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것이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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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생각보다 밝았고, 생각보다 차가웠다.

빛은 따뜻하지 않았다. 빛은 그저 도착했다가 지나가는 물질이었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면 차가움이 뼈까지 스며들었다. 그 차가움이 속삭였다. 너는 여기서 아주 잠깐이고, 아주 작아.

숨을 들이마실수록 불안이 또렷해졌다. 이 공기는 내 것이 아니었다. 기계가 계산해 만든 공기였다. 내 폐는 지금 배려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배려가 멈추면 나는 곧바로 끝난다. 그 단순한 사실이 내 목구멍을 조여왔다.


우주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내 소리만 들었다.

심장의 둔탁한 박동, 피가 귀 뒤를 지나가는 흐름,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 지구에서는 소음이 많아서 내 안의 소리를 놓쳤다. 여기서는 소음이 없어서 내 안의 소리가 과하게 커졌다.

고독이 아니라 노출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불안이 숨김 없이 떠올라 창문에 붙었다. 마치 별빛이 아니라 내 공포가 우주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별들이 너무 많아지는 구간이 있었다.

검은 천 위에 바늘로 구멍을 무수히 뚫어놓은 것 같았다. 그 구멍들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창밖을 피했지만, 피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그때 계기판의 작은 경고등이 한 번, 아주 짧게 깜빡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손끝이 얼어붙었다.

다시 켜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한 번의 깜빡임이 내 안의 모든 “만약”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작은 가능성 하나가 나를 통째로 지울 수 있다는 사실. 우주의 광대함보다 그 사실이 더 잔혹했다.


성운을 지날 때는 아름다움이 더 잔인했다.

보랏빛과 청록빛이 섞인 구름이 느리게 흐르며 빛을 삼키고 다시 뱉었다. 그 빛은 물처럼, 살아 있는 무엇의 숨결처럼 보였다.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숨이 막혔다. 아름다움이 내 목을 조르는 느낌.

우주가 나를 환영하는 게 아니라, 나를 무시한 채 자기 호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경이로웠다. 그 경이를 이해하는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이 광대한 호흡 속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창문에 손바닥을 대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여기. 나는 여기 있다.

손바닥 아래로 차가움이 되돌아왔다.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다 멀리서 고향 별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감정이 이상하게 느려졌다.

희망은 폭발하지 않았고, 대신 두꺼운 온기처럼 천천히 퍼졌다. 그래도 닿는다. 그래도 돌아간다. 그래도 나는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그 온기 아래에는 또 다른 두려움이 있었다. 고향이 나를 치료할 거라는 기대는 오래전에 닳아 있었다. 돌아가는 건 회복이 아니라 확인일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닳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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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별은 지구와 달랐다.

푸른색이 아니라 깊은 녹색과 청회색이 섞인 빛이었다. 대기층이 빛을 고르게 흩뜨려서, 행성 전체가 얇은 천으로 감싸진 등불처럼 보였다. 구름은 낮게 깔렸고, 그 아래로 오래 마모된 산맥들이 둥글게 이어졌다. 능선은 날카롭지 않았다. 조용히, 오래 살아남은 것의 얼굴이었다.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더 또렷해졌다.

숲은 어두웠고, 잎은 빛에 따라 녹색에서 청록으로, 청록에서 회색으로 변했다. 물길은 좁고 길게 뻗어 별의 혈관처럼 보였다. 낮은 구조물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고, 그 위로는 희미한 안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그 안개가 내 이름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숨을 들이마시자, 아직 해치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공기의 냄새가 먼저 오는 것 같았다. 축축한 흙과 뿌리와 그늘의 냄새. 나는 그 냄새에 마음이 풀리는 걸 느꼈다. 풀리는 순간, 눈물이 나려 했다. 기뻐서가 아니라 긴장했던 근육이 갑자기 풀려서.


착륙 절차가 시작되려는 찰나,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왔다.

내 귀가 다시 멍해졌다. 아까와는 다른 멍함이었다.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소리.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주 현실적인 음색으로.

고향 별의 표면이 조금씩 흔들렸다.

아니, 표면이 아니라 내 시야가 흔들렸다.

나는 손바닥을 조종패널 위에 올려두려 했는데, 손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떤 천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거친 면직물. 따뜻한 실내 공기.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우주선의 계산된 공기가 아니라, 방 안의 공기였다.


창밖에서 별빛이 아니라 가로등 빛이 새어 들어왔다.

연말의 도시가 창문에 얇게 반사되어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웃는 소리, 텔레비전의 낮은 음성, 난방이 돌아가는 소리.

나는 고향 별의 안개를 붙잡으려 했지만, 안개는 손에서 미끄러져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고향 별이 코앞에 와 있는 순간에,


꿈이었다.

나는 이유없이 울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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