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미술치료 첫 날
나는 오늘 날 따라다니는 돌멩이를 하나 주워서 소중히 호주머니에 넣어왔다. 아이의 미술치료 첫 시작 날에는 HTP(사람, 집, 나무) 그리기 검사를 한다고 한다. 아이가 그린 나는 자전거 뒷바퀴를 잡아주는데 ‘방향을 알려주는 든든한 사람’이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나는 당연히 우리 아이가 반짝이는 보석인 줄 알았다. 산후우울증이 아니라 산후조증이 올만큼 그렇게 너무 예뻤다. 내 새끼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귀엽게 생기고 건강하고 튼튼한 남자아이였다.
그런데 이제 자아가 발현되어 가는 모습들을 보니 내 아이는 반짝이는 보석이 아니라 그저 돌멩이였다. 아기였을 때는 누구나 물빛에 햇빛에 반사되며 반짝여 그것이 유리조각인지 보석인지 돌멩이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보니 그냥 돌멩이다.
그래도 나는 날 따라다니는 날 믿어주는 그 돌멩이가 너무 좋아서 소중히 호주머니에 담아왔다. 아무나 발로 함부로 걷어차고 굴러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그리고 돌멩이는 빛이 날 수 없을지에 골몰했다. 우선 돌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 몇 시간을 눈물로 마음을 닦아 받아들였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라는 행성도 저 달이라는 위성도 그저 태양이라는 항성 덕에 반짝거리는 돌멩이에 불과하지 않나. 어디서 햇님을 따다 우리 아이를 반짝거리게 해주나. 결국은 내가 햇님이 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너가 그냥 돌멩이라면 내가 빛이 나는 햇님이 되어 너를 저 밤하늘의 달님처럼 빛이 나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너를 우주로 쏘아올려 띄울 것이고 나는 스스로 빛이라도 내고야 말테다. 너는 그저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라. 사랑하는 나의 작고 동그란 돌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