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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꺽하우스 May 18. 2023

6화_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상)

막걸리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5월이다. 여기저기서 '가정'의 달 소식이 들려왔다. 가정이라... 어떨 땐 느슨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미워졌다가 좋아졌다가 한. 언젠가부터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을 숨긴 채 덤덤하게 나이를 먹고 있는 것도 같다.


    사실 술에 쓰는 재료에 대한 마음도 비슷했다. 익숙하고 쉬이 접할 수 있는 재료일수록 식상하다고 느껴지니까 좀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재료를 찾는데 시간을 쏟기도 한다. 유연한 사고를 추구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한 쪽으로 생각이 치우치고 있는 건 아닐까. 꿀꺽하우스를 흥미진진하게 만들려면 늘 해왔던 방식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기획에서부터 양조까지. 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자 했다.




 

   5월에 선보이는 술은 '성현민'님의 글에서 출발했다. 작년 12월, 베러먼데이와 진행한 '나만의 온리원 막걸리를 찾아서' 클럽을 진행하고 이후 비하인드(바로가기) 댓글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분인데, 질문은 '내가 만들고 싶은 맛 막걸리는?'이었다.



출처 - 베러먼데이클럽 홈페이지


    여러 댓글 중에 이게 뭐라고! 화려한 문장도 아니고,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한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한 이야기와 글이었는데 누군가는 요즘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아주 잠깐이지만 글을 읽고 난 몇 초동안 부모님의 얼굴과 고향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이 다섯 줄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아직 우리의 마음은 말랑말랑해)




어머니, 고향, 밀양 단장 대추, 그리고 우리술



    '나'가 중심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는 것. 어쩌면 '우리술'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 철학 등이 이미 단단해진 서로 다른 세대가 연결되고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해 술을 준비해 보자! 


    글쓴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방영된 농촌 드라마가 문득 뇌리에 스쳤고, 그렇게 우리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시작되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정하고 양조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먼저 댓글의 주인공을 만났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인터뷰로 전한다.

 





수많은 재료 중에 '단장대추'를 떠올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내가 사는 도시 범위를 벗어나면 어떤 재료가 유명한지 모르고, 언젠가는 그 재료들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요즘 우리 세대들은 지역 특산물들은 접하지 않으면 잘 모르기도 하잖아요. 댓글에 딸기, 새로운 재료들이 주를 이뤘고 곰곰이 생각하다 지역의 색깔을 담은 재료를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머니 고향인 '밀양', 그곳에서 유명한 '단장대추'를 떠올리게 됐어요. 아, 단장면 산동초등학교 앞쪽에 밀양단장대추 농원이 있었는데. 어머니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던 곳이라 아직도 있을지는 모르겠네요(웃음)" 



덕분에 저희도 밀양 단장에서 대추가 유명하단걸 알게 됐어요. 그럼 혹시 평소에 우리술은 좋아하시나요?


"네. 특히 깔끔하고 탄산이 과하지 않은 술을 좋아해요. 합천 막걸리나 내촌 막걸리 같은 목 넘김이 좋은 술들이요."



그럼 단장대추로 술을 빚는다면 어떤 맛이 나면 좋을까요?


"단장대추 고유 재료의 맛이나 향이 났으면 좋을 듯해요. 단장대추의 단맛을 살리면서 약간의 탄산감이 있어도 좋고요! 단장 대추만 가지고 재료를 빚어도, 그에 어울리는 다른 부재료를 좀 섞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도수는 좀 높은게 잘 어울리겠네요." (이때부터 느꼈다. 이분은...)



만약 '단장대추'로 빚은 술이 탄생한다면 라벨엔 뭘 담으면 좋을까요?


"신토불이! 도시체가 있다면 밀양 도시체를 활용해도 좋을 듯해요. 사람들이 밀양에 단장대추가 유명한지 잘 모르니까 이 술을 통해 단장대추, 밀양이 한 번 더 언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 는 작은 바람이에요"



저희가 처음 글을 보면서 느꼈던 현민 님의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도 좋을 것 같아요. 혹 현민 님은 어떤 분인가요?


"소도시 여행자이자 막걸리 사냥꾼이에요. 특히, 안주 없이 물 한잔 막걸리 한잔을 좋아해요! " (역시나!)



오, 재밌네요! 키워드로 나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워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사람들이 안 찾는 작은 소도시를 주로 여행해요. 지역에서 난 특산물을 기념품으로 사가는 걸 좋아하는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소박하고 거창하지 않은 여행을 즐겨해요. 그래서인지 지역 특색을 나타낸 곳을 주로 다니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광지보단 절, 숲, 강가 쪽 여행을 많이 다녀요."



혹시 특별히 막걸리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보성이었나. 처음엔 지역을 여행 다녔고, 그러다 그 지역의 재료를 활용한 막걸리를 구매해 마셔보면서 점점 막걸리에 빠지게 됐어요."



단장대추술. 사람들에게 어떻게 선보이면 좋을까요?


"단장대추술엔 달지 않은 전, 예를 들면 배추 전 같은 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 음료 3개를 1세트로 순서대로 마시도록 한 카페가 있는데 가능하다면 이 술을 그런 방식으로 소개해도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3가지 탁주-차(or탄산수)-약주 이런 식으로요!"   



모두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저희도 힘닿는 데까지, 말씀 주신 걸 담아볼게요!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민 님은 기획자의 기질이 보이는데요.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기획하는 걸 좋아해요. 만약 가능하다면 문화공간을 만들어 같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그걸 위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있고요. 앞으론 전국의 지역 막걸리를 마셔보며 지역의 색깔을 담은 술들을 여행하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이번 단장대추술을 통해서 밀양과 단장대추가 한 번 더 알려진다면 너무 좋을 듯하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내내 현민 님은 따뜻한 성품을 지니면서도 마음이 참 단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술의 방향성도 우리가 먼저 고민했던 바와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차근차근 우리술에 담아내는 과정만이 남았다. 물 한잔에 막걸리 한잔이라... 진정한 막걸리 사냥꾼의 손에 쥐어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상상하며 쌀통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술에 대한 이야기는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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