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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꺽하우스 May 19. 2023

7화_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하)

대추가 세상 밖으로

   어린 시절, 집 베란다에서 대추를 말리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나 집어 먹어보라며 건네어 받은 대추는 10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겐 아직 어른의 맛이었고 "으! 안 먹을래요"를 외치며 치아 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진 대추를 엄마 손에 올려두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맛있고 달기만 하다는 엄마의 목소리가 머리 뒤로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이젠 쑥국의 참맛을 깨닫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하다를 외치게 된 나이가 됐는데도 우리에게 대추는 삼계탕에서 붉은색을 담당하는 그 역할이 전부였다.




    술을 빚기 위해 본격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대추를 마주했다. 밀양단장대추는 과육이 많고, 당도가 높은 편이며 과실의 색이 맑고 선명하다고 한다. 알이 대체로 굵어서 건대추를 받았음에도 속살이 제법 탄탄했다. 서로 먼저 먹어보라며 대추를 건네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이게 웬걸?



어? 달고 맛있어...!



    우리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이제 이 재료를 우리 방식으로 소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추가 달짝지근하니 이 맛을 살리면서도 구운 비스킷, 빵 같은 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현민 님이 생각한 방향처럼 도수는 높고 맛의 전개상 단장대추에 잘 어울리는 부재료가 있다면 하나 정도를 더해볼 생각이었다. 쌀의 함량을 전보다 높게 레시피를 짰고 그 과정에서 깔끔한 맛은 유지됐으면 해서 크리스피 한 캐릭터를 더해줄 쾰쉬효모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우린 기다렸다. 술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사이 라벨과 술 릴리즈 일정에 맞춰 베러먼데이 팀과 앵콜 먼데이 클럽 '가족 친구 술빚어볼 직장인을 찾습니다(바로가기)'작업에 착수했다. 베러먼데이 팀은 직장인들의 기대되는 월요일을 위해 "먼데이 클럽"을 운영하는데, 우리의 첫 클래스와 공식적인 브랜드 소개자리를 마련해 준 멋진 팀이기도 하다. 그간의 다양한 행사 기획과 운영을 보면서 부산에 이런 팀이 있다는 건 F&B 브랜드에겐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라벨의 방향은 현민 님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따뜻함'을 주요 키워드로 잡았다.(실제로 대추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 그 과정에 현민 님이 참고용으로 보내준 사진이 있었는데 그중 검은 봉지에 막걸리를 담아 경쾌하게 걷고 있는 현민 님의 사진과, 큰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계신 어머님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둘을 적절하게 살리고 싶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시안.


현민님의 경쾌한 발걸음을 닮은 따뜻함 가득한 대추(왼/가운데)와 넓은 마음으로 사랑을 베푸시는 어머님(오)이 주인공이 됐다



    대추 시안을 이번 술의 메인 시안으로 잡고(우리 라벨 중에 이렇게 귀여움을 담당하는 녀석은 또 처음이다.) 라벨은 2가지 버전으로 제작해 오른쪽은 현민 님을 위한 스페셜 라벨로 준비했다. 도수와 맛 등을 고려해 용량은 375ml로 선택했다.



 

   그 사이 양조장은 신중하게 맛을 보면서도 분주했다. 중간중간 술을 체크했고 끝으로 시나몬을 살짝 더했다. 13도의 도수로 전체적으로 약간 묵직하면서도 시나몬 향과 빵, 은은한 대추의 단맛이 대추 시나몬 롤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도수가 있어서 몸과 마음도 금세 따스해진다.


현민 님을 위한 스페셜 라벨과 공식 라벨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그렇게 최종적으로 완성된 우리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현민 님께 먼저 전달할 2가지 술을 준비하고, 이번주 토요일(5/20) 먼데이 클럽을 시작으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꿀꺽하우스가 앞서 선보인 산뜻, 텃밭, 욕망의 거친 물결 등과는 조금 다른 결의 술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남은 5월, 대추의 따스함으로 작지만 강한 전파력을 전할 예정!

     

여러분! 대추 업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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