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실_M의 교실
오늘의 교실 6화
#. 오늘의 여섯 번째 교실
[오늘의 교실]
ㅂ초등학교 2학년 1반
남학생 11명, 여학생 7명
담임 교사 M(40대 초반, 교직 경력 21년 차, 여성.)
학급 목표: 미덕을 깨우는 우리 반
‘드디어 2학년의 교실에 와보는군.’
이전 학교와는 멀리 떨어진 2학년의 한 반을 콕 집어 골랐다. 유튜버 T는 기준이 이제야 마땅히 해야 할 선택을 했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작가님, ‘초등학교’ 하면 대중이 생각하는 게 바로 이런 귀여움이라구요. 잘하셨어요. 휴, 이제 댓글에 ‘1, 2학년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달라.’는 도배가 멈춰지겠어요.”
오늘 도착한 교실의 담임 교사 M은 40대 초반의 경력 많은 교사였다. 교실에 놓여있는 꽃병과 화분을 통해, 그녀의 취향을 어렴풋이 살펴볼 수 있었다. 교실은 ‘ㄷ(디귿)’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 같았다.
기준도 일찍 온다고 온 것이지만, 담임 교사는 8시 이전에 교실에 도착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둔 상태였다.
“아휴,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그래도 아침 환기는 해야 해서 잠시만 창문을 열어둘게요.”
그녀는 손님을 맞이한 후, 곧장 바삐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며 업무를 시작했다. 결석하는 아이의 부모가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고, 우유를 마실 학생들 목록을 정리하여 학급 게시판에 부착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등교를 하자마자 교사와 얼굴을 마주치며 눈인사를 나눴다. 이후엔 바로 자기가 읽을 책을 골라 오거나 받아쓰기, 숙제 등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1교시 수업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발표한 후 시작되었다.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발표해 볼 사람?”
“저요!”
“제가 말할래요.”
담임 교사 M이 올바른 발표 자세를 주지시키며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손을 들도록 지도했다. 곧장 아이들은 교사의 말대로 행동했지만, 발표 기회를 얻고 싶은 의지는 높게 솟은 팔의 격렬한 움직임을 통해서도 삐져나왔다.
‘이야, 확실히… 기세가 다르군. 고학년들이 열심히 발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이건 뭐랄까. 욕망과 본능에 가까운걸? 5, 6학년 아이들은 정제된, 학습 활동에 대한 격식을 갖춘 참여였다면 말이지.’
아이들은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말했다. 부모님이랑 같이 키즈 카페에 간 아이들이 많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았다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몇 아이들은 뮤지컬 공연을 보고 왔다거나, 축구장 직관을 했다느니 하는 자랑을 하기도 했다. 조금 마음이 무거운 것은 간혹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거나, 늘 그렇듯 유튜브나 릴스를 보면서 시간을 다 써버렸다는 고백도 더러 있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있는 시간에 각자가 경험하는 폭은 너무나 다르군. 거기에서 오는 차이도 분명 있긴 있겠어.’
교사는 아이들의 경험을 묶어 자연스럽게 학습 소재를 ‘이야기’로 전환하였다. 이야기 속 사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낱말을 학습하는 활동을 능구렁이가 담을 넘듯 전개한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발표한 내용이 교과서의 읽기 자료와 연결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학습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었다.
‘딱히 특별한 자료가 없이도, 아이들의 본능적인 발표 자체가 하나의 학습 소재가 되는 것. 역시 베테랑 교사야. 어지간한 가식적인 수업들보다 오히려 더 학생들의 삶에 와닿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어. 인정할 수밖에 없군, 그래.’
수업을 직접 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맞춤 구성이 이루어진, 가식적인 공개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그였는데, 그렇다고 또 아무 준비가 안 된 수업은 제대로 계획되지 못하고 필요한 내용을 갖추지 못한 부족한 수업이 되기 쉽지 않나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교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그런 막연한 비난을 거부했다. 애초에 그런 분석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형태의 수업이든 가치가 있던 것이다. 다양한 자료가 존재하면 존재하는 대로, 구체적인 실물 자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학생들의 배움은 일어날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교실의 빈 곳에서 아이들은 알아서 매트를 깔고 놀기 시작했다. 뒹굴고 노는 아이들, 블록 쌓기를 하는 아이들,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각양각색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깔깔거리고 떠드는 소리 사이에서는 질서와 무질서를 오고 가는 거친 파동이 있었다.
담임 교사는 아이들의 활동에 적절히 개입하기도 하고, 놀다가 다쳐 밴드를 붙여달라는 아이들에게 조치를 취해 주기도 했다. 재잘거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도 했다.
‘생동감 있는 공동체. 삶을 위한 역동적인 실험실. 마치 프레네의 생활 중심 협동 교육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군. 설령 그의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지언정 말이야. 생활 속에서 배우는 실천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 교실이란 느낌이 들기 시작해.’
2교시에는 1교시에 이어서 국어 공부를 이어서 진행했다. 일이 일어난 차례를 알아본 후, 이 이야기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공 전달하기’ 게임으로 전체 앞에서 이야기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발표했다. 끝으로 자신이 고치고 싶은 물건을 골라 엉뚱한 수리점 아저씨께 고쳐 달라고 부탁해 보는 활동을 하고 마무리되었다.
‘아까의 그 감이 맞아. 배움이 생활 속에서 드러나도록 의도적인 연계가 이뤄지고 있어. 상당히 보기 좋군. 배움이 결코 헛돌지 않는, 그런 긍정적인 작용의 연속이 괜찮게 보여.’
중간 놀이가 시작되자 우유를 먹는 아이들은 우유를 먹고 우유곽을 깨끗이 씻어서 창가에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야 자유롭게 활동을 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는 아이들도 많았고, 아까처럼 매트 위에서 쉬거나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3교시 수학 시간. 1단원 ‘네 자리의 수’ 공부를 스토리텔링 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전개하는 교사 M이었다. 스토리텔링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희망하는 학생들이 직접 읽으면서 수업을 진행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높였다.
‘스토리텔링을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전해 들었는데. 학습 내용과 어우러지게 연계해 버리는군. 이 교사의 장점은 정말 명확해. 도입과 전개가 탄탄하다고 볼 수밖에.’
그 덕에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모형을 이용해서 짝꿍하고 서로 문제도 내고 맞히는 활동이 이어졌는데, 이는 수업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수학 익힘책을 풀면서 확인의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서는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 이때 궤간 순시를 통해 아이들의 이해도와 성취도를 확인하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수업을 마치는 교사 M이었다.
4교시에는 강당에서 계절에 나오는 스펀지 막대 놀이를 했다. 먼저 간단하게 몸풀기 체조를 하였는데, 아이들이 모두 능숙한 걸 보면 꾸준히 진행한 사전운동인 듯싶었다. M은 스펀지 막대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놀이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모둠별로 막대를 주고 모둠의 리더 역할인 모둠장 아이들이 모둠 친구들을 이끌고 놀이 활동을 이어갔다. 막대를 이용해서 길도 만들고 막대를 뛰어넘기도 하는데, 피하기 등 다양한 동작을 적용하며 창의적인 사고가 발휘되는 수업이 전개되었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표현을 했다. 별 모양도 만들고 징검다리도 만들고, 자신들의 능력껏 할 수 있는 모양을 이것저것 구현을 해 보였다. 그 속에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여러 모둠이 같은 놀이로 귀결되었는데, 이는 막대 싸움 놀이였다.
모둠별 활동 시간이 지나자 다 같이 모여서 스펀지 술래잡기를 했다. 술래가 스펀지를 가지고 있는데, 술래의 스펀지에 닿으면 술래가 되는 놀이였다.
“강당에 올 때 술래잡기를 종종 하는데요.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항상 좋아해요. 반에서 싫어하는 아이 하나 없이 모두 다 달리며 노는 모습을 보면 모두 다 천사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죠.”
방긋 웃는 표정으로 말하는 M이었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아이들이 소감을 발표했다. 스펀지 막대 놀이가 재미있어서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단다. 뻔한 말이지만, 활동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잘 놀았구나, 그리고 그 활동을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2학년은 정말 참 귀여웠다.
‘진작 한 번 와 볼걸. 차원이 다른 귀여움이야.’
수업이 모두 끝난 후, M은 홀로 교실에 남아 청소기로 청소를 했다. 책상 줄을 맞추고, 아이들이 떨어트린 물건도 주워 제자리에 올려두었다. 곧이어 학급 어플로 알림장을 올린 후 교탁에 앉아 다음날에 진행할 수업 준비를 하였다.
“통합 교과의 경우 재구성을 많이 하고 준비할 게 많아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에요. 특히 교과서만으로 한 차시의 수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차시는 좀 더 신경 쓰죠. 그렇지 않으면 저학년 아이들은 활동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요. 어떤 자료를 활용할지, 어떤 발표 주제를 제시할 지 등도 계획이 서 있지 않으면 그 시간은 엉망이 될 수 있어요.”
‘그렇군. 그래서 그런 식의 수업이 가능한 것이었겠지.’
제삼자가 보기엔 손쉽게 하는 수업일지 몰라도, 그 수업에는 교사의 고민이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 수업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민의 성격을 분명히 이해해야만 했다. 그런 이해가 결여된 수업에 대한 평가나 비평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수업엔 가치가 담겨 있고, 그 가치에 따라 교사의 방식과 교사가 활용하는 소재 및 자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민에 대한 의식이 부재한 채,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 가지들만을 탐색하는 것은 본질과 분명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준이 고민에 빠진 사이, 교사 M은 교내 메신저를 확인해서 혹시나 적어야 할 내용이나 답변이 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후 업무포털에 접속해서 공문을 확인하고, 몇 가지 업무 처리를 추가로 진행했다.
그때였다.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한 아이가 교실로 폴짝, 점프하며 들어왔다.
“선생님!”
“아이구, 서영아. 무슨 일 있어?”
“아뇨!”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아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몽기작거렸다. 한참을 그러다 손에 한껏 힘을 주어 움켜쥔 채, 교사를 향해 내밀었다.
“헤헤, 여기요.”
“응? 이게 뭔데.”
아이는 수줍게 손을 펼쳐보였다. 그 안에는 사탕이 있었다.
“아까 상품으로 받았는데, 선생님 주려고 가져왔어요! 이거 맛있어요. 먹어 봐요, 선생님.”
교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은 괜찮다고, 네가 잘해서 받은 거니 잘 챙겨가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때문에 저러는 걸까. 사탕 하나쯤은 귀엽게 받아줘도 되잖아. 아이가 서운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이의 표정을 보니 시무룩하거나 기운이 빠진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잉, 선생님. 우리 가르치느라 오늘 힘들었잖아요! 이거 꼭 먹어요.”
“괜찮대두. 서영이 마음만 냠냠, 마음에 맛있게 담아둘게. 고마워. 늦었다, 어서 집에 가렴.”
그 마음이 정말 고맙고 먹은 걸로 하겠다는 교사의 진심이 전해진 듯했다. 서영이는 밝은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일대일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준비되셨지요.”
“아휴, 유튜브 촬영은 처음이라 설레네요. 네, 준비되었습니다.”
교사 M은 자세를 다잡으며 대답했다. 기준은 날을 세운 질문을 할 마음이 없었다. 노련하게 좋은 수업을 보여준 그녀의 진심을 담담히 담아내고 싶었을 뿐이다.
“아이들이 서로 즐겁게 생활하며 그 속에서 배움을 얻어가는 장면들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교사가 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솔직히 교사가 되어야겠단 단일하고 확고한 꿈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저의 진짜 꿈은 영어 소설 번역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집안 형편상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어릴 때 꿈 중에 교사도 있었던 것도 맞거든요. 그 점에서 그 꿈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동식물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예뻐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제 적성과도 잘 맞았기에, 큰 어려움 없이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사가 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교직 인생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요.”
“그 질문에는 1학년 담임이었던 때가 떠오르네요.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아직 많이 서툰 학생이 있어서 방과 후에 남아서 한글 지도를 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도 읽어 주기도 하고 한글을 활용한 놀이활동도 하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했지요. 때로는 간식으로 유혹하기도 했고요, 하하. 1년 동안 열심히 지도해서 많은 변화가 있고 성장을 했던 순간이 가장 보람찼습니다. 1학년 종업식을 맞이할 때쯤엔 이제 읽기 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어요. 성장한 것이죠. 그때 전 그간의 많은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종업식 날 아이의 어머님께서 본인은 하기 어려운 한글 지도를 제가 해줘서 아이가 많은 발전이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는 손편지를 써서 주셨을 때는 큰 감동과 울림이 있었고 교직에 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 선생님께도 힘든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또는 관련된 다른 업무를 처리하시는 과정에서요.”
“기억에 선명합니다. 제일 어려웠던 해라면 그때죠. 교직 경력 15년 차 되었을 때 가장 힘든 아이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눈에 띄지도 않고 오히려 얌전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러던 4월의 어느 날, 교담 선생님 시간에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혼자서 던진 게 아니라 지도 중이신 선생님을 겨냥해서요. 뭔가 본인이 불편하고 화가 난다고 느끼면 계속 상대방을 괴롭히는 성향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하더군요. 상대가 뭘 잘못했는지도 알려 주지 않고 집요하게 방해하는 일들이 번번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화가 나게 되는 그 시발점이 너무 사소한 일이라서 문제였어요. 그 빈도가 너무 잦을 수밖에 없었고, 친구들이 행동의 원인을 이해할 수도 없었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화를 낼 때면, 진정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좋았던 아이였던지라, 교묘하게 친구를 괴롭히고 그 모습에서 죄책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모습에 저는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 아이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진정시킬 수 없고, 결국 부모님이 학교로 오셔서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그 1년은 저에게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교사 혼자 오롯이 담당해야 하는 그 어려움이 너무 힘들었고, 하루하루 교실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스트레스였던 시간이었죠. 얼굴 피부가 뒤집히는 일도 태어나 처음 겪어봤고요. 문제 행위가 분명하게 드러나도, 학교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참 어려운 점이었어요. 조금씩 개선된다고는 하나,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시기 이후에는 또다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교실을 잘 만들어 올 수 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다른 큰 어려움은 없었네요.”
“교사로서 가장 노력하셨던 부분들을 말씀해 주세요.”
“특별할 건 없지만, 이런 점들을 신경 썼어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기. 일찍 출근해서 눈인사로 등교하는 학생들 맞이해 주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활동들을 많이 하기. 날씨 좋은 날에 이따금 갑자기 밖에 나가서 놀며 활동 시간 갖기. 아이들이 지쳐 보일 땐 풀어주는 시간 주기. 모든 아이의 이름을 하루에 최소한 1번 이상은 불러주기. 쓰레기 길거리에 절대 버리지 않기. 이건 어릴 때부터 꼭 지키고 있던 것이긴 하지만요, 하하. 부모님과 부드럽게 소통하고, 마지막으로 모든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기…, 이게 일종의 제가 교단에 선 이후 지켜온 아홉 가지 다짐이에요.”
M 스스로는 특별할 게 없다고 했지만, 그것이 하나의 삶이 되고, 교실 속에서 농익을 때 그것은 비로소 특별한 것이 되고야 만다. 하루하루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꾸준히 마음을 전하는 루틴을 확고히 세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런 교사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이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도리어 알기 때문이다. 자녀를 키우면서도, 한두 명의 자녀를 대하면서도,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앞서 말했던 내용들을 교실에서 지키고 있던 M을 봤었던 기준으로서는 그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교직 생활의 목표나 포부가 혹시 있으실까요.”
“음….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반환점을 돈 기념으로 제 의지를 드러내 보자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되는 게 제 남은 교직 생활의 목표입니다.”
“이미 그러신 것 같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잘 해내 주시리라 믿습니다.”
교사 M도 늘 그렇듯, 엔딩을 위한 에세이를 남겨 주었다.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이것을 배움과 가르침으로 연결하는 그녀다운 글이었다.
… ☆ …
빈 교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빈 교실에 남아있는 빈 책상과 의자를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아침에 등교해서 배꼽에 손을 올리며 공손히 인사하던 지원이
아침 시간에 조용히 어제 읽던 책을 이어서 읽던 범준이
국어 시간에 내 눈을 간절히 쳐다보며 발표하고 싶었던 승철이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왁자지껄 떠들던 삼총사
친구들과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수다 떨며 웃는 지율이
조용히 종합장에 그림 그리면서 놀던 소율이
교실 매트에서 친구와 함께 블록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던 지완이
점심시간 바닥 놀이터에서 바람개비처럼 달리던 성원이
그 옆에서 사방치기와 줄넘기를 하던 은재와 친구들
오늘 하루 동안 열심히 놀고 공부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째깍째깍 시계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교실 속 책상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내일 또 저 자리에서 신나게 재잘재잘 떠들 아이들의 모습이 퇴근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그립다.
이거 참 불치병일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