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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몽글 Aug 06. 2023

교실로 로그인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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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로그인 4화          


준일은 ‘교실로 로그인’ 게임을 실행한 상태에서 잠시 멍을 때렸다.     


‘왜 게임 속에서 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걸까?’     


그러다가 게임 창을 내리고, 게임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 중 마이너 게시판에 있는 ‘교실로 로그인 게시판’을 접속했다.     


게임 팁을 물어보는 질문들도 보이고, 게임 후기에 대한 글들도 여럿 보였다.     


그 중 ‘엔딩’에 대한 글들을 보기 위해 게시판 내 검색을 했다.          



[스포주의: 교실로 로그인 비극 엔딩 모음- 직접 플레이함!!]     


[ㅅㅍ// 교실로 로그인 해피 엔딩도 있음! 봐보셈]     


[공략법 포함 // 교로 새드 엔딩 피하는 법 + 비극 엔딩 나오는 이유 분석 글.txt]          



엔딩에 대한 글들이 몇 개 나왔다.     


이용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지라 엔딩과 관련한 글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딸깍’     


마우스를 클릭하여 첫 번째 글을 읽었다.     


비극 엔딩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글의 플레이어는 한 학생이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게 신경 쓰지 않았다가 해당 학생이 자퇴를 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게 바로 엔딩인 것은 아니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이 좀 더 지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그 아이는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다가, 경찰에 의해 검거되어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수한 이후에서야 엔딩 화면이 떴다고 한다.     


학생이 저지른 범죄는 절도였다.     


야심한 시각에 동네 금은방을 털다가 걸렸다고 한다.     


‘성적 떨어짐. 상담 신청함. 담임교사 무관심. 자퇴 후 범죄, 금은방 절도 시도.’     


후기를 통해 알 수 있던 게임 속 학생에게 일어났던 일을 간략히 메모했다.     


그 다음 글도 클릭했다.     


학생 한 명이 왕따를 당했는데, 온 힘을 다해 케어를 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친구 관계를 개선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성적도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왕따 기간 동안 학습에 집중하지 못한 후유증에, 초등학교 졸업 이후의 학습 속도도 매우 더뎠고, 이런 상황이 누적되어 단번에 원하던 대학에 가지는 못했다.     


그 학생은 성인이 된 시점에 학교를 다시 찾아와, 플레이어에게 정말 잊지 못할 교사라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재수를 하여 기필코 좋은 대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더 멋진 제자로서 돌아오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후 2년이 지나 본인이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했고, 또 몇 년이 지난 다음에는 행정고시까지 합격하였다.   

  

그리고 게임 속 조그마한 언론사가 다루는 행정고시 합격자 인터뷰 기사에서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최선을 다해 보호해준 교사 덕분에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와 함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최고의 교사’ 칭호를 얻으면서 엔딩 화면이 떴다고 한다.     


이 플레이어의 후기에서 조금 다른 점은, 유저들이 말하는 ‘해피 엔딩’ 시나리오일 경우 ID가 삭제되지 않고 계속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메모를 하며 마지막 글을 클릭했다.     


‘교로(교실로 로그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인생을 지켜내는 것임. 학생의 인생이 무너지면, 비극 엔딩 그러니까 우리들이 말하는 새드 엔딩이 뜨고 ID가 삭제됨ㅇㅇ. 근데 이게 웃긴 게, 학생만 케어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 학생들만 케어하다가 업무가 소홀해지면 신뢰도가 삭감되면서 징계 엔딩이 뜨기도 해버림. 이것도 새드 엔딩의 일종인데, 몇 징계는 잠시 플레이타임이 정지되었다가 다시 플레이가 가능하긴 함. 아마 실제 현실에서의 복직 개념인 것 같음.’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준일은 계속 글을 읽어나갔다.     


‘지금 스샷에서 보이듯이 학생들의 인생이 성공하면 뉴스나 이런 것을 통해 보도가 되고, 이를 플레이어 캐릭터가 인지하면 교사로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칭호에 대한 이슈가 발생함. 이게 단번에 되기도 하고, 여러 번 중첩이 되어야만 달성되기도 하고. 아직 그 규칙성은 잘 모르겠음.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음. 비극 엔딩(=새드 엔딩)은 학생이나 교사가 망하면 나오는 것 같음. 나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한 다섯 명이 심각하게 다쳐서 징계 엔딩 먹었음. 학생도 교사도 행복하게 플레이해야 그나마 플레이 타임 길게 가져가면서 성공 각이 나옴. 별 거 아닌 글이지만, 그래도 새로 나온 게임에서 이 정도의 정보 글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글 써봄. ㅊㅊ좀.’     


그러니까 교사도 학생도 아예 망하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 조절을 잘하란 의미라 생각했다.     


이 글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학생과 관련한 내용들을 메모했다.     


‘학생들의 집단 난투극, 다섯 명 정도가 부상, 교사 징계.’     


웹 브라우저를 켠 후 지금까지 얻은 엔딩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어디보자, 첫 번째 비극 엔딩 글에서 있었던 일들이….”     


성적이 떨어져 자퇴를 하고 금은방을 턴 학생을 찾아야 했다.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다.     


‘성적, 자퇴, 금은방’     


기사가 대여섯 개가 떴다.     


그 중 하나를 클릭했다.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 학교 밖 청소년이 금은방 절도를 시도하다 잡혀 지역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중략) 해당 청소년은 성적이 떨어져 힘든 시기에 담임교사의 무관심으로 홧김에 학교를 자퇴했고, 이후 자신의 삶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준일은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기사 전문을 다시 읽었다.     


설마했지만, 정말로 게임 엔딩 시나리오 중 하나가 그대로 기사에 있었다.     


그 사람이 글을 쓴 시기는 7월 31일, 기사 작성 시점은 8월 2일, 그리고 절도 범죄가 일어나고 해당 청소년이 잡힌 것은 8월 1일이었다.     


사건을 미리 알거나 기사를 본 후에 ‘교실로 로그인’ 게시판에 유저가 글을 썼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시간적 관계였다.     


‘하, 설마. 그냥 착각일거야. 이런 일은 원래 흔히 있을 수 있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던 걸 거야. 그 다음 내용을 다시 찾아보자.’     


키워드를 하나하나 입력했다.     


‘행정고시, 학교폭력, 교사의 도움’     


놀랍게도 기사가 떴다.     


학교폭력을 당했던 자신을 보호해준 교사의 도움 덕에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바꿀 용기를 얻었고, 이후 행정고시 합격까지 이어졌다는 후기였다.     


준일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게임에 있는 일들이 현실의 기사로 증명되는 게 대체 무슨 일일까.     


뭐가 뭔진 하나도 알 수 없지만, 일단 사실이 그랬다.     


게임에서 본 엔딩들이 현실 속에 있는 일들이었다.     


“와, 미치겠네. 아니지, 내가 이미 미친 건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준일은 다시 마지막으로 읽었던 정보 글 속의 엔딩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했다.   

  

‘집단 난투극, 5명 부상, 교사 징계’     


놀랍게도 또 관련 기사가 있었다.     


초등학생 6학년들이 집단적으로 난투극을 벌여서 5명이 심각하게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담임교사의 중징계를 논의 중이라는 짤막한 단신도 연계되어 있었다.     


준일은 조용히 읊조렸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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