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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로그인 5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건 준일도 알았다.
게임 속에서 발생한 일들이랑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비슷할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하나하나 찾아볼수록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인 것 같았다.
그때였다.
[따르르릉]
지안의 전화였다.
게임과 관련된 전화일까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일이야?”
― 하, 준일아. 회원가입 다시 해서 한 판 더 하는데, 망했다, 크크크크.
“교실로 로그인 말하는 거야?”
― 어. 나 요새 그것밖에 안 해. 아, 잘 하고 있다가 홧김에 아이 때리고 도망감.
아이를 때렸다라.
게임에서의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인데, 왜 자꾸 걱정이 될까.
“너가 너네 반 아이를 때렸다고?”
― 아니, 업무 처리해야 하는데 별 것 아닌 걸로 계속 징징거리잖아. 그래서 앉아있으라 했는데, 안 앉고 계속 뭐라뭐라 하길래 때려버림. 그래서 걍 캐릭터 집으로 보내고 접음. 하, 이번엔 제대로 오래 해보려했는데 쉽지가 않다, 준일아. 게임 어렵다, 어려워.
“뭐, 언제 어디를 어떻게 때렸는데.”
― 어제 저녁이었나. 교탁에 있던 회초리로 손 내밀라 했던 것 같은데?
지안의 말을 들으면서 준일은 메모를 했다.
‘업무, 학생 대화 시도, 회초리, 집으로 감’
그러고는 괜히 한 마디 뱉었다.
“넌 그 게임 너무 하지 마라. 너랑 안 맞는 것 같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애를 왜 때려.”
― 아, 뭐 어때. 마음대로 하는 거지. 아무튼 넌 할 생각 없냐? 할 생각 있으면 나 아이디 새로 만들고, 네가 내 새 아이디를 추천인으로 박아주라고 할라고. 좋은 아이템 준다잖아.
“됐다, 쉬어라. 뭔 맨날 게임 이야기냐.”
통화를 끊고 메모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이 8월 6일이고, 김지안이 게임 속에서 아이를 때린 일은 8월 5일 저녁. 교실로 로그인에서 있었던 일들이 하루 이틀 뒤 정도면 기사가 떴던 것 같으니, 오늘이나 내일인가.’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검색하고, 새로고침을 계속 했다.
그래도 준일이 찾는 ‘교사가 아이를 회초리로 때리고 집으로 돌아간 사건’이 담긴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문득 든 준일은 기사 검색도 멈추고, 게임도 끄고 잠을 자러 침대 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내일 이런 기사가 뜨면 어떡하지.
그런데 정말 그러면 뭘 어쩌자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유튜브를 켰다.
뭘 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라디오처럼 소리나 듣자는 마음으로 뉴스 채널을 틀었다.
[국제 증시 전망에 대한 불안으로 S&P, 다우존스 등 주요 지표가 ….]
뉴스를 들으면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미뤄둔 설거지가 많았다.
방학동안 너무 폐인으로 산 탓이리라.
“뽀드득”
기름기가 가득한 그릇 하나를 온 힘을 다해 문질렀다.
뜨거운 물로 씻어냈다.
다시 맨 손으로 만져보니 아직도 기름기가 남아있었다.
‘아, 그때 먹자마자 바로 씻을 걸. 쉽지 않네.’
다시 세제를 묻히고 박박 문질렀다.
[최근 한 학교에서 학생을 회초리를 사용하여 때리고, 잠적한 교사가 있어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응, 뭐라고?
설거지를 멈추고 바로 수도꼭지를 잠갔다.
무슨 내용인지 귀를 쫑긋 열었다.
[서울 □□ 지역의 한 초등학교. 한 학생이 상담을 요청하자 교사 김 모 씨는 성질을 냅니다. 그러고는 회초리를 들고 학생의 손을 몇 차례 가격하였습니다. 피해 학생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느낌이 왔다.
김지안이 말했던 일들이다.
[“(음성변조)아니 선생님이, 제 말은 안 들어주고 제 말들 들어주라고 했는데. 안 듣고는 막 화를 내면서….”]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사 김 모 씨는 이후 갑자기 집을 가고, 행적을 감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학교장의 인터뷰입니다.
“저희도 갑자기 선생님이 사라지셔서 당황한 참이고, 현재 행방을 찾고 있는….”]
교사가 학생을 회초리로 때리고 집으로 사라진 사건.
정확히 일치했다.
준일은 너무 무서웠다.
만약 게임 속에서 있던 일이 진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떡하지?
이 게임을 못하게 사람들을 막아야 하나?
아니, 내가 막을 수는 있을까.
설령 이 내용들을 커뮤에 올리더라도, 누가 내 말을 믿어줄까.
지금 내가 맞게 판단하고 있는 걸까.
우연의 일치를, 너무 과몰입해서 말도 안 되게 엮어버린 건 아닐까.
“하씨, 진짜 뭐야. 뭘 어떡해야 돼.”
준일은 안 그래도 아직 씻지 않아 부스스했던 머리를 재차 박박 긁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전원을 켰다.
‘교실로 로그인’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