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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Jul 31. 2020

장마가 그친 맑은 날

날씨와 그리스도인의 닮은꼴

월요일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어제까지 구름이 해를 막아서서 찝찝하지만 여름 같지 않은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여름에 덥지 않은 행운도 어제 까지라는 듯, 화창한 날인 오늘은 밖에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덥고 습합니다.

저처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축복의 나날입니다. 변명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려서 움직이기 싫고, 햇빛이 내려서 움직이기 싫고.


카페에 앉아 말씀을 묵상하는데, 주중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떠오르면서 '정말 그리스도인인 내가 날씨처럼 변덕스럽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며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때, 보이는 그대로 저는 하나님을 잊어버립니다. 구름 위에 태양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 태양이 지금 당장에 보이지 않아 구름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이렇게 태양 없는 날에 익숙해져 갈 때쯤, 하나님은 강렬한 충격과 그분의 실제적인 자극으로 비와 안개와 구름에 포위당한 저를 구원하십니다.

이런 선명하고 깨끗하고 청명한 기쁨이 매일 계속되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다음 날, 다시 하늘은 검은 구름이 스멀스멀 점령해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과 행복한 날에 저는 계속해서 기도합니다. '먹구름과 비, 안개로 덮인 날이라도 하나님 당신을 계속해서 붙잡게 해 주세요.' 하지만 막상 비 오는 날이면 하나님을 언제 믿었냐는 듯, 손에 든 작은 우산에 의지해서 저의 힘으로 빗속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매일이 화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아니라도 빗속에서 화창함을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은 비 오는 날이나 안 오는 날이나 한결같은데 왜 저는 그분을 조금이라도 닮지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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