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신자 Aug 10. 2020

묵상기도

우리는 침묵이 어색합니다.

수많은 움직임들이 아주 가까이 서서 우리를 한사코 붙잡기 때문입니다.

그런 붙잡힌 우리가 또 다른 우리를 붙잡고, 그렇게 우리의 숫자가 돈이 되는 세상이기에

움직임은 우리를 절대로 침묵에 내주지 않습니다.


침묵이 어색하니 혼자 있는 감정은 더더욱 어색합니다.

우리는 움직임에 외로움의 감정을 박탈당했습니다.

정말 근본적인 공허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움직임에 우리의 침묵이 뺏기고, 우리의 감정이 뺏겨서 마침내 우리의 생각까지 의존합니다.


묵상기도는 이런 움직임에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묵상기도는 우리를 침묵으로 초청합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혼자 있는 감정은 비로소 입을 엽니다.


내 안에 거대한 구멍이 있다고.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잔인한 외로움과 죽음 같은 공허가 있다고.


당장에라도 잔인하고 죽음 같은 침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움직이고 싶습니다. 즐겁고 싶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감정을 알게 되었기에,

움직여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비어 있습니다.


바로 이때,

다시 우리는 움직임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가 움직임을 멈추고
끔찍한 침묵 안으로 들어갈 때
하나님을 만나는

그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비어 있는 곳이 사실은 가득 차 있음을

외로움이라 착각한 평화를

하나님의 위대한 움직임을

우리는 침묵 속에서, 묵상 기도 안에서 발견합니다.


결국 우리는 묵상 속에서

생각할 능력을, 공허와 외로움을 느낄 능력을 쟁취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가 그친 맑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