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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May 24. 2021

교통사고의 단상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오랜만에 활자를 누릅니다. 글을 잊고 살아간 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저번 주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살짝 밀려 가벼운 부상을 입었습니다. 차에 직접 부딪힌 다리가 조금 아픈 정도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험같은 사후처리를 하지 않고, 전화번호만 교환한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서 잠깐 쉬다가 차주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차주분은 사과와 위로를 건내오셨지만 동시에 합의금 이야기도 꺼내셨습니다.

"학생만 괜찮다면 치료비랑 해서 10만원 줄게. (본인의) 경제상황이 안좋아서 보험료 더 붙으면 너무 힘들고, 또 학생에게 가는 돈도 그리 많지 않을거야."

차주의 그 말에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잠시 생각해 보겠다하고 전화를 끊은 후, 교통사고 합의금, 정형외과 치료비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분들께 연락도 돌렸습니다.

잠시 후, 제 사정을 한 입 건너로 들은 보험회사 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 사고 경위와 합의금 이야기를 듣고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10만원은 무슨. 네 다리가 다쳤는데? 무조건 보험처리 해 달라고 해! 치료비가 얼마 나올지도 모르는데! 만약 합의하려고 하면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게 금액을 크게 불러라 그래!"

다음날 차주분께 다시 전화해서 차분히 이런저런 이유를 말씀드리며 보험처리를 요청하자 차주분께서는 힘없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보험처리 후 사고번호를 받아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사건에 대해 생각하던 중 문득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마태복음 5장 38절부터 시작하는 말씀, 제게 주신 말씀은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 대어라
속옷을 빼앗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 주어라
억지로 오 리를 가자 하거든
십 리를 가 주어라
네게 요구하는 사람에게 주고
꾸어 달라는 사람에게 거절하지 말아라
...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핍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

'아니 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픈 이 다리 안 보이십니까!

아무리 뼈에 이상 없고, 살짝 멍이 들었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튼튼한 몸을 주셨다고 해도! 받을 건 받아야지요!'

이렇게 항변을 했지만 하나님은 양심을 쿡쿡 찌르시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를 도와주신 형을 하나님 앞에서 물고 늘어졌습니다.

'최소한, 최소한 형이 알려준것처럼 치료가 다 끝나고 완전히 괜찮아져서 합의하면 안됩니까?'

그러자 이런 속삭임이 양심을 찔렀습니다.

'선의와 주어진 은사로 너를 도운 형처럼 너도 이웃을 도와주면 안되겠니?'

동시에 이런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장 2절

뭐 이런 말씀들 앞에 버틸 재간이 없어 결국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교훈을 정리하자면...

1. 아무리 사소한 사고도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2. 말씀을 알면 알수록 마음을 겨냥한 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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