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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Apr 17. 2024

내가 그를 이겼다

시편

나를 굽어살펴 주십시오. 나에게 응답하여 주십시오. 주, 나의 하나님, 내가 죽음의 잠에 빠지지 않게 나의 눈을 뜨게 하여 주십시오.
나의 원수가 "내가 그를 이겼다" 하고 말할까 두렵습니다.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두렵습니다.
《시편 13편 3~4절》


어릴 적, 주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기에 너는 성공해야만 해.'

수능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제 안에서 위의 말은 변질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그렇게 열심히 믿는데, 너는 믿는 사람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실패하면 안 돼. 너는 패배하면 안 돼.'

그러나 저는 실패하고 패배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이 승리의 복을 받지는 않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복은 승리와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준에서 복과 승리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세상이 말하는 승리와 하나님이 약속하신 승리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말하는 패배인 십자가의 죽음을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승리하셨습니다.

믿음의 선배인 사도들의 최후를 보십시오. 순교자 스데반의 죽음을 보십시오.

세상은 사도와 스데반의 죽음을 보며 '내가 이겼다!' 외쳤을 것입니다. 세상은 이들의 죽음을 패배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위대한 선배들의 죽음이 복음의 승리가 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실패하고 패배하기 이전까지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내가 승리하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그리스도인으로 마땅하도록, 하나님의 승리의 복을 세상에 완전히 드러내도록 저를 인도하여 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의 기도를 실패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동시에 제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지만 나의 영광을 갈망하고, 하나님의 승리를 기도하지만 나의 승리를 열망했던 저의 중심을 하나님께서는 명확히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실패가 곧 죽음인 것만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는 시편 기자의 외침처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나님! 내가 죽음의 잠에 빠지지 않도록! 내 실패를 모두가 비웃지 않도록 저를 인도하여 주십시오! 이 승리의 소망에 응답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하나님은 이 기도에 반드시 패배로 응답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소망은 내가 세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안에서 승리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의 패배에 '내가 그를 이겼다' 외칩니다만, 그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이겼다.' 선포하시는 선명한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습니다.
《갈라디아서 6장 14절, 새번역》


우리의 승리는 내게 있지 않습니다. 세상에도 있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그리스도 예수님께만이 승리가 있습니다. 이 승리를 삶 속에서 경험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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