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글쓰기는 비움이다

by 한신자
글을 쓰려면 비워야 한다.


책을 읽다 접한 문구였다.

글을 쓰고 싶어서 책을 읽었기에

나에게 아주 적절한 문구였다.


비운다는 말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 와중에 배에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갔다.
그곳에서 몸의 찌꺼기들을 쑥 내렸다.

시원한 무언가가 있었다. 글을 쓰면 잘 써질 것 같았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여전히 백지는 백지였다.


문구를 따르기 위해 밥을 먹지 않았다.

공복에 글이 가득 차오를 줄 알았다.

배가 밥 달라는 외침을 해도, 무시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럼에도 백지는 백지였다.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길을 걸어가다 귀에 들려온 음악이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곳 없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라는 곡이었다.

밥을 먹으며 곡의 가사가 머리에 떠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백지를 보았다.


내가 내려놓아야 할 곳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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