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나를 둘러싸고, 악한 일을 저지르는 무리가 나를 에워싸고 내 손과 발을 묶었습니다.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셀 수 있을 만큼 앙상하게 드러났으며, 원수들도 나를 보고 즐거워합니다.
나의 겉옷을 원수들이 나누어 가지고, 나의 속옷도 제비를 뽑아서 나누어 가집니다.
《시편 22편 16절~18절》
오늘 시편 본문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성취된 말씀이기에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죄악으로 비틀린 세상은 공의와 정의를 미워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공의와 정의의 결정체이기에,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싫어합니다. 당연하게도 세상에 있는 저와 여러분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 불편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바르게 살라고 교육받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바른 것이 정말로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회에서는 원칙보다는 요령이 각광받습니다. 나와 공동체는 올바른 것에 집중하기보다 유리한 것에 집중합니다. 설사 그것이 (우리가 보기에) 다소의 작은 악을 허용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공의와 정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런 우리에게 공의와 정의의 본을 보이기 위해, 동시에 공의롭고 정의로운 본래 세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은 완전히 부패한 오물에 깨끗한 물이 떨어진 것과 같아서, 오물에 동화되느냐 아니면 오물과 완전히 분리되느냐의 전쟁이었으며, 예수님은 이 전쟁에서 삶으로 드러내신 성품을 통하여 계속해서 승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악의 무리 사이를 걸으시며 제자들을 부르시고 죄악과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사람들을 회복시키셨습니다. 그러나 악한 세상은 순결한 예수님을 미워해서 결국 그를 부인하고 거부하기로 결정합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제자들까지 예수님을 배신하고 부인합니다. 악의 무리인 우리는 예수님을 향해 거부의 십자가를 선고하였고 예수님은 그 거부를 담담히 짊어지셨습니다.
당대의 겉옷은 소유자의 신분과 명예, 존재 자체를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속옷은 나체(하나님께 제사드리기에 부정하다 생각되는 상태)를 가리는 최소한의 가림막이었습니다. 이런 겉옷과 속옷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은 소유자를 죽은 자로 여긴다는 의미를 넘어 소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하나님께 부정함을 드러낸 채 죽으라는 잔인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잔인한 본성을 드러낸 우리를 향해 힘겹게 말씀하십니다.
[눅23:3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그들이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정말로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유일하게 남은 정의와 공의를 죽이는 일이 무엇인지,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죽임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완전히 원수가 되었다는 것을, 하나님의 말씀을 부정함으로 말미암아 악한 세상에 회복의 소망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정말로 놀랍고도 놀라우며 놀라우신 분이기에, 이 또한 예비하신 언약을 성취하심으로, 우리의 악을 이용해 완전한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공의와 정의의 종말이 아니라 공의와 정의로 향하는 화목제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시작으로 악 밖에 없는 세상에 공의와 정의가 확장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할렐루야! 놀라우신 주님을 찬양합시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두려운 것은, 원수들이 겉옷과 속옷을 나눠가지는 그 현장에 우리가 초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내 존재가 부정당하고 철저하게 낮아지는 십자가의 자리에 공의와 정의를 꿈꾸는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낙심하지 맙시다. 예수님이 앞서서 걸어가고 있으시지 않습니까. 선대의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과 지금을 함께하는 믿음의 공동체가 있지 않습니까. 사랑의 연합이 우리를 이끌고 지탱하여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갈6:9]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