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원수의 뜻에 내맡기지 마십시오

시편

by 한신자
주님, 주님의 길을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내 원수들이 엿보고 있으니, 나를 안전한 길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그들이 거짓으로 증언하며, 폭력을 휘둘러서 나에게 대항해 오니, 내 목숨을 내 원수의 뜻에 내맡기지 마십시오.
《시편 27편 11절~12절》


침소봉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그리스도인이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작고 사소한 여러 일들과 마주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은 대체로 말씀에 부딪쳐 튕겨져 나가지만, 몇몇 것들은 우리 안에 깊숙이 침투해 마음으로까지 도달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의 거짓이 더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주 작고 얇은 막대기는 우리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못하지만, 거짓이 덕지덕지 붙은 몽둥이는 우리의 마음에 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분노, 짜증, 낙담, 절망, 우울, 불안 등이 이런 거짓의 몽둥이가 우리 마음에 행하는 폭력입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거짓의 폭력이 위험한 이유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외부에 표출되어서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길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감정에 휘둘릴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나를 아프게 한 존재를 어떻게든 되갚아 주려는 마음, 나를 모욕한 저 사람에게 더 큰 모욕을 되돌려 주려는 마음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지금과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허락하신 이웃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마음의 폭력에 휘둘려 원수의 뜻으로 행하기 쉽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십자가에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선을 악으로 되갚는 우리에게 악을 선으로 참아내는 놀라운 사랑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사소하고도 작은 일이 됩니다. 그분의 그 위대하신 십자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으며 제국적인 폭력 앞에 희생된 슬픔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은혜 앞에서 모든 일은 작고 사소해집니다. 하나님의 그 크신 긍휼 앞에서 우리는 감사밖에 남지 않습니다. 우리는 본디 마음의 폭력이 아니라 멸망의 사망 앞에서 유린당할 영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리를 하나님은 전적인 은혜로 건저 내셨고, 더 나아가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셨습니다. 작고 사소한 문제는 은혜 가운데 더 이상 폭력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의 거짓을 더하여 원수의 뜻에 내맡기지 맙시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긍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우리 자신을 내맡깁시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사랑하라는 길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감사함으로 살아내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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