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불탔습니다

느헤미야

by 한신자
그들이 나에게 대답하였다. "사로잡혀 오지 않고 그 지방에 남은 사람들은, 거기에서 고생이 아주 심합니다. 업신여김을 받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다 불에 탔습니다."
《느헤미야 1장 3절》


페르시아의 수산궁에서 느헤미야는 예루살렘으로부터 온 사람들에게 동포의 소식을 듣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무너지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환란을 당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일로 느헤미야는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고, 울며 애통함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이전부터 저는 이 본문을 유다의 멸망과 바벨론 유수 이후 이스라엘에 남겨진 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본문이라 생각해 왔는데, 본문이 표현하는 시제가 이상하여 바벨론 유수로부터 연도 계산을 해 보니 거의 150년(5세대)이 지난 시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놓친 부분을 찾고자 에스라서를 살펴보니, 4장에 이스라엘의 대적자들이 성전 공사를 막는 상소문에 '성벽 건축'이라 표현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느헤미야에게 도착한 소식은 바벨론 유수시대에 무너진 이스라엘 성벽에 더하여, 포로귀환 1차 시기 때 중단된 이 일(추측하기로는, 성벽 건설 중단에 관한 상소문을 올린 이스라엘의 대적자들이 다시 세우려던 성벽을 공격하여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이지 않나 싶습니다. 1차 귀환시기에 다시 세우려던 성벽이 근처의 적들로 인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인들은 민족적 트라우마로 남았던 유다 멸망과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유다라는 나라를 대유하는 정체성이었고, 심지어 하나님의 보호하심(여호와는 나의 산성이시로다)이 구현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느헤미야에게 다가왔던 충격은 조국의 멸망에 비견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자포자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비극에 압도당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자신의 민족이 처한 상황을 놓고 기도합니다.

느헤미야의 이런 기도가 있었기에 그가 자신의 민족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알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성벽 재건이 진행되도록 하나님께서 상황을 허락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와 여러분의 신앙이 오늘 느헤미야와 닮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어떠한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절망과 낙망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바라볼 줄 아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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