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매일 아침 7시부터 공무원 학원에 와 공부를 하다 보면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루에 밥에 쓰는 돈이 장난 아녔기에(4000원) 저에게 있어 아메리카노는 사치품입니다.
오늘따라 공부를 하면서 계속 아메리카노 생각이 났습니다. 오전에 해야 할 분량만큼의 공부를 끝내고, 학원 내 식당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데, 아메리카노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뭔가에서부터 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저는 결국 밥을 먹고 난 후에 학원 앞에 나와 18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습니다. 학원가라 그런지 아메리카노 위에 아주 작은 네모난 케이크 조각이 놓여 나왔습니다.
플라스틱 컵을 흔들어 얼음이 충분히 녹기를 기다린 후에 저는 검은 빨대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가득 머금었습니다. 익숙한 텁텁함이 혀를 완전히 감아돌자 목은 머금은 액체를 자신에게 달라고 간절하게 외쳤습니다. 목의 주장에 따라 혀는 보듬은 액체를 그곳으로 단번에 흘려보냈습니다. 이후 혀는 흘려보내고 남은 씁쓸함을 음미했습니다. 저는 아메리카노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을 느끼며, 뒤를 이어 아메리카노의 액체가 피가 되어 온 몸에 개운함을 퍼트리는 짜릿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입에 담은 아메리카노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뭔가에서부터 오는 유혹이 지금 마신 이 아메리카노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유혹은 카페인이 주는 짜릿함, 그 이상을 원했습니다.
저는 아메리카노를 사도록 만든 유혹의 주인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작년 이맘때쯤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저는 아메리카노를 단순히 각성제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카페인에 굉장히 민감한 몸이어서 3시 이후로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면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날따라 아침 전공필수 수업이 너무 힘들었던 저는 커피라도 마셔서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자기도 그랬다면서, 커피 맛있는 곳을 아니 그쪽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 찾아간 카페는 평소에 많이 지나다녔지만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기숙사 앞 카페였습니다. 미심쩍은 저의 눈빛을 받은 친구는 저에게 이곳만큼 맛있는 커피집은 없다며 일단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속는 셈 치고 들어갔습니다.
친구는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아직 오전이어서 한 잔 당 할인된 가격인 1800원을 지불했습니다.
잠시 뒤,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친구와 저는 카페를 나왔습니다. 카페 앞에 기숙사 호수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벚꽃의 연분홍빛과 초록빛의 여린 망울을 품은 나무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모습이어서 친구와 함께 호수를 걸었습니다.
자연에 취해 별생각 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메리카노의 맛에 놀랐습니다. 맛의 시작은 텁텁함이 아닌 올리브기름의 질감이 혀에 닿았습니다. 코로 원두의 가벼운 향이 올라왔습니다. 와우!
아메리카노를 음미하다 목 뒤로 넘기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단순히 쓴 맛이 아니라 다음 모금을 기대하게끔 하는 쓴맛, 굳이 말하자면 달콤한 쓴 맛이 혀에 남아 있었습니다.
맛의 유혹은 저를 황급히 아메리카노를 입 안으로 머금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를 친구는 막았습니다. 왜 그랬냐고 눈짓으로 묻자, 친구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 쓴 맛을 충분히 음미하고 다음 모금을 마셔야 한다. 그래야지 처음의 그 맛을 다음 모금 때 느낄 수 있다."
친구의 말에 따르니 정말로 한 모금 한 모금이 신선했고 즐거웠습니다. 또한 보통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오래 마셔봐야 10분 정도였으나 그때는 한 시간이 지나도 다 마시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 학교로 가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맛있는 아메리카노는 여전한 맛의 만족을 주겠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제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던 이유, 그 유혹의 근본은 '외로움'에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