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대궐 문에서 근무하는 신하들은, 하만이 드나들 때마다 모두 꿇어 엎드려 절을 하였다. 하만을 그렇게 대우하라는 왕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무릎을 꿇지도 않고, 절을 하지도 않았다.
《에스더 3장 2절》
모르드개는 대궐 문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에스더 2장 21절에 '문을 지키던 왕의 내시'의 음모를 알 수 있었다고 되어 있어, 문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었거나 문과 관련된 일(출입 관리 혹은 명부 작성하는 업무)을 담당하고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2장 말미에서 모르드개가 암살의 위협으로부터 왕을 구하였으나, 왕은 뜬금없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여 줍니다. 그래서 모든 신하들이 하만에게 꿇어 절하지만 모르드개만은 절하지 않습니다.
'아각'은 아멜렉의 왕으로 성경에 등장합니다. 사울 왕 시대에 아멜렉을 진멸하라고 하나님께서 사울왕에게 말씀하시나, 사울 왕은 아멜렉의 재산과 아각 왕을 살려둡니다. 사무엘이 뒤늦게 아각을 죽이지만, 다윗 시대에도 아멜렉 자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사울왕이 이들을 진멸하지 않았으리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르드개가 절하지 않은 이유는,
1) 유대 사람으로 원수 족속의 후손인 하만에게 절을 할 수 없었다.
2) 대궐의 문과 관련된 업무로 인해 혹은 업무의 규칙상 대신에게 절을 할 수 없었다.(3절에 신하들이 '왜 절하지 않느냐, 왕의 명령을 왜 지키지 않냐'만 묻고 구체적인 처벌을 하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3) 꿇어 절한다는 행위가 당대 십계를 폭넓게 적용하여 하나님께만(그리고 하나님이 임명한 왕에게만) 허락되었을 것이다. 유대 사람 모르드개가 신앙을 이렇게 이해하여 이것을 지키고자 하였다. 당시 유대 사람은 그들의 독특한 율법으로 인해 주변의 적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8절) 에스더 2장에서 에스더가 유대 출신인걸 감춘 이유도 이에 기인하지 않나 추측된다.
어찌 되었던 모르드개의 이 모습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유대 민족 전체가 큰 환란에 처합니다.
모르드개는 분명 환란을 예측하였을 것입니다. 에스더에게 유대 민족이라 밝히지 말라는 교육이 이것을 방증하지 않나 싶습니다.
[에2:10, 새번역] 에스더는 자기의 민족과 혈통을 밝히지 않았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그런 것은 밝히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하나님의 율법을 완고하게 지키기 위해 아무에게나 절하지 않습니다.
참,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나가기란 참으로 힘들고, 때로는 말씀에 대한 강퍅적인 모습으로 나뿐만이 아니라 내 모든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구원이 있음을 믿고 밀어붙여야 하나? 양보하여 환란 자체를 방지하는 게 맞지 않나?
여러 생각이 충돌하는 오늘의 말씀입니다.
[에3:5-6, 새번역]
5 하만은, 모르드개가 정말로 자기에게 무릎을 꿇지도 않고, 자기에게 절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다.
6 더욱이, 모르드개가 어느 민족인지를 알고서는, 하만은 모르드개 한 사람만을 죽이는 것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였다. 하만은, 아하수에로가 다스리는 온 나라에서, 모르드개와 같은 겨레인 유다 사람들을 모두 없앨 방법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