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모르드개는 그들을 시켜서 에스더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라고 하였다. "왕후께서는 궁궐에 계시다고 하여, 모든 유다 사람이 겪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때에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라도 도움을 얻어서, 마침내는 구원을 받고 살아날 것이지만, 왕후와 왕후의 집안은 멸망할 것입니다. 왕후께서 이처럼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바로 이런 일 때문인지를 누가 압니까?"
《에스더 4장 13-14절》
하만은 자신에게 절하지 않은 모르드개와 모르드개의 민족을 진멸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막대한 돈을 들여 왕의 승낙까지 받았고, 유대 민족을 진멸하는 내용을 담은 왕의 조서가 제국에 퍼져 유대인들은 죽음의 목전에 다다랐습니다. 모르드개는 이 모든 일을 알고, 대궐 앞에서 굵은 베 옷을 입고 통곡합니다. 왕후 에스더가 들으라는 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소식과 민족이 처한 소식을 듣습니다. 에스더는 왕에게 죽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모르드개의 이야기를 듣고 왕에게 나아가겠다 결정합니다.
에스더 4장은 이게 뭔가 싶습니다. 유대 민족의 환란으로 치닫는 상황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침묵하십니다. 그렇다고 내레이션이 이야기의 의도를 명확하게 구체화하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오늘 말씀에서 나타난 모르드개와 에스더 모두 언약의 신실함을 드러내거나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드러내기에는 중요한 부분이 하나씩 빠져 있습니다.
모르드개는 어쨌거나 자신이 행한 일의 결과로 민족의 멸족까지 야기한 인물입니다. 물론 모르드개의 전적인 잘못은 아닙니다. 모르드개에 대한 하만의 악의가 발의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모르드개의 엄청난 정보수집능력에 있습니다. 그는 7절에 하만이 왕에게 주기로 약속한 돈의 정확한 액수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에4:7, 새번역] 모르드개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닥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하만이 유다 사람을 모조리 없애려고, 왕의 금고출납을 맡은 관리들에게 주어 입금하겠다고 약속한 돈의 정확한 액수까지 밝혔다.
그런 그가 하만의 성격을 몰랐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정보가 뛰어났던 모르드개인 만큼, 그의 지혜로운 처신으로 하만의 악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크게 다가옵니다.
에스더 또한 반응이 미지근합니다. 원문의 뉘앙스가 어떠할지는 모르겠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모르드개의 협박성 저주에 가까운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떠밀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에4:11, 새번역] "임금님이 부르시지 않는데, 안뜰로 들어가서 왕에게 다가가는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사형으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은 모든 신하들과 왕이 다스리는 모든 지방 백성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임금님이 금으로 만든 규를 내밀어서, 목숨을 살려 주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이 나를 부르지 않으신 지가 벌써 삼십 일이나 되었습니다."
그녀는 분명 죽음의 가능성이 있음을 들어 모르드개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하나님께서 분명 신실하신 분이라 언약의 백성들을 이번 일로 진멸하시지는 않을 거다. 근데, 너랑 네 일족(모르드개 자신을 가리키지 않나 싶습니다)은 반드시 죽을 거다. 그러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왕에게 나아가 탄원해 봐라!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죽을 판 아니냐!(뒤에는 제가 받은 느낌을 적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모르드개의 이런 협박성 저주의 말에 에스더가 비로소 움직입니다.
오늘 말씀은 정말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인생을 사용하셔서 당신의 신실하신 구원의 언약을 이루어 나가신다고 고백해야 할지, 함께하는 중보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지, 모르드개의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말씀을 다음 이야기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에스더 4장을 두고 묵상한 다른 분의 좋은 나눔이 있어 제 묵상의 뒤에 덧붙입니다.
에스더를 향한 모르드개의 요청은 정말로 불합리합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순종합니다. 에스더도 인격과 이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왜 모르드개에게 장단을 맞춰주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14절의 모르드개의 믿음에 따르면, 에스더가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간 최고의 결과는 고작 모르드개를 살리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을 것이지만 모르드개는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에스더는 모르드개를 위해 목숨을 내놓기로 합니다.
거대한 정의를 위해 죽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삼촌, 살려달라고 비는 삼촌을 위해 죽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잘못한 삼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각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