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그 날 밤, 왕은 잠이 오지 않아서 자기의 통치를 기록한 궁중실록을 가지고 오라고 하고, 자기 앞에서 소리를 내어 읽게 하였다.
실록에는, 대궐 문을 지키던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아하수에로 왕을 죽이려고 한 음모를, 모르드개가 알고서 고발하였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에스더 6장 1-2절》
잠이 오지 않던 왕은 궁중의 역대 기록을 듣다가 모르드개의 일을 기억해 냅니다. 그래서 공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하였는지 묻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듣게 됩니다. 마침 하만이 모르드개를 장대에 매달기 위해 궁에 입궐합니다. 아마 왕은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웠던 것 같습니다.
왕은 하만을 보며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에 관해 질문합니다. 하만은 그 대상이 자신인 줄 착각하여 자신이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대상은 하만이 아닌 모르드개였고, 왕은 '왕의 신하 중 가장 존귀한 자'인 하만으로 하여금 모르드개를 높이라 명령합니다. 왕의 명령대로 모르드개를 높인 하만은 집에 돌아와 불안해합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자신과 자신의 왕국에 대한 불안인지, 다음날 잔치에 있을 에스더의 요청이 궁금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잠을 자지 못합니다. 저는 복합적이나 후자로 인한 것이 더 컸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왕이 반응한 모르드개의 일이 에스더와 관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에2:22, 새번역] 그 음모를 알게 된 모르드개는 에스더 왕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또 에스더는 그것을, 모르드개가 일러주었다고 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하만의 대답에서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했는데, 8절과 관련하여 개역개정은 '머리에 있는 왕관'이라 말하고, 새번역에서는 '말의 머리를 관으로 꾸미게 한 후'라 되어있습니다.
[에6:8] 왕께서 입으시는 왕복과 왕께서 타시는 말과 머리에 쓰시는 왕관을 가져다가
[에6:8, 새번역] 먼저 임금님께서 입으시는 옷과 임금님께서 타시는 말을 내어 오게 하시고, 그 말의 머리를 관으로 꾸미게 하신 뒤에,
진짜 왕의 왕관을 요구했다면 엄청난 건방을 떠는 모습이기에, 새번역이 좀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모르드개의 일을 통해 하만은 오만한 자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근심합니다. 아마도 하만은 갑자기 반전되는 상황을 통해 모종의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만의 아내와 친구들의 수식어 '지혜로운'을 중심으로 13절에 나타난 이들의 말을 살펴볼 때, 하만의 아내와 친구들은 미래나 운명을 통찰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거나 주변 정보를 취합하여 나름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자들인 듯싶습니다. 그래서 하만이 이들의 말을 듣고 불안해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에6:13, 새번역] 하만은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에게, 자기가 방금 겪은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였다. 그의 슬기로운 친구들과 아내 세레스가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유다 사람 모르드개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니, 이제 그에게 맞설 수 없소. 당신은 틀림없이 망할 것이오."
13절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모르드개가 과연 유다 사람의 후손이면"에서 보이듯 '유다 사람'에 강조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이들은 하만이 모르드개 앞에 무릎 꿇은 이 사건이 단순히 사람과 사람 간의 대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민족 간의 관계로 대유 하여 바라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합하면, 저는 오늘 본문에서 반드시 다가올 것만 같은 예측 가능한 운명을, 우연처럼 보이는 작은 유대 사람의 믿음과 몸짓으로 완전히 역전시키는 하나님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하만과 아내와 그 친구들의 관점에서 유대 민족의 진멸과 모르드개의 죽음은 확정이었습니다. 하만의 권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으며 지혜로운 자들의 지혜가 이를 보조해주고 있었습니다.
[에3:1, 새번역] 이런 일들이 있은 지 얼마 뒤에, 아하수에로 왕은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을 등용하여, 큰 벼슬을 주고, 다른 대신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혔다.
[에5:14, 새번역] 그의 아내 세레스와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만에게 말하였다. "높이 쉰 자짜리 장대를 세우고 내일 아침에, 그자를 거기에 달도록 임금님께 말씀을 드리십시오. 그런 다음에, 임금님을 모시고 잔치에 가서 즐기십시오." 하만은 그것이 참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고, 곧 장대를 세우도록 하였다.
그러나 모르드개의 믿음과 에스더 왕후의 주관으로 열린 두 잔치와, 그 사이에 왕이 듣게 된 모르드개의 상황과 하만의 오만한 기질을 통해 하나님은 이것을 완벽하게 반전시킵니다. 그래서 마침내 예측되는 민족적 진멸의 운명까지 하나님의 뜻대로 반전됩니다.
그 어떤 예측 가능한 운명보다, 당연한 상식보다 위대하신 하나님께 합당한 찬양을 올려드리게 하는 오늘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