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둘째 날에도 술을 마시면서 왕이 물었다. "에스더 왕후, 당신의 간청이 무엇이오? 내가 다 들어주겠소. 당신의 소청이 무엇이오? 나라의 절반이라도 떼어 주겠소."
에스더 왕후가 대답하였다. "임금님, 내가 임금님께 은혜를 입었고, 임금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시면, 나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간청입니다. 나의 겨레를 살려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소청입니다.
《에스더 7장 2-3절》
에스더의 두 번째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왕이 에스더의 요청 듣기를 재촉하자 그녀는 자신의 목숨과 민족의 목숨을 살려달라 말합니다. 왕은 누가 그리 하려 하냐 묻고, 에스더는 옆에 있는 하만을 지목합니다. 에스더의 고발에 왕은 분노하고, 결국 하만은 자신이 만든 장대에 매달리게 됩니다.
7절에 왕이 분노하여 잔치자리를 떠나고, 다시 와서 하만을 왕후의 강간범 죄목으로 붙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에7:8, 새번역] 왕이 안뜰에서 술자리로 돌아와 보니, 하만이 에스더가 눕는 침상에 엎드려 있었다. 이것을 본 왕은 "내가 집안에 왕후와 함께 있는데도, 저 놈이 왕후를 범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소리 쳤다. 왕의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시들이 달려들어서, 하만의 얼굴을 가렸다.
가장 높은 대신이었던 하만을 처벌할 합당한 명분을 찾기 위해 아하수에로 왕은 와스디 왕후 때처럼 지혜자들에게 자문하려고 잔치 자리를 떠났다고 예상가능합니다. 그러나 왕은 마땅한 명목이 없어 다시 돌아왔고, 그렇게 하만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올타쿠나 싶어 왕후 강간미수의 명분으로 그를 붙잡는 장면이라 해석됩니다.(내시들이 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달려드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또한 오늘 본문인 7장이 3장과 정확하게 반대된다고 느꼈습니다. 3장에서 하만은 유대 절멸을 정치적 거래로 확정 지은 후, 왕과 함께 술을 마십니다. 그러나 7장은 왕과 술을 마신 후, 하만이 정치적인 명분 쌓기에 당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장대에 관하여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내시가 하만의 장대에 대한 존재와 목적까지 알았다는 점입니다.
[에7:9, 새번역] 그 때에 왕을 모시는 내시들 가운데 한 사람인 하르보나가 말하였다. "하만이 자기 집에 높이 쉰 자짜리 장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것은 임금님을 해치려는 자들을 제때에 고발한 모르드개를 매달아 죽이려고 세운 것입니다." 그 때에 왕이 명령을 내렸다. "하만을 거기에 매달아라!"
장대가 50규빗이 되었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계산을 해보니 장대의 높이가 23m 정도 되었고, 이는 약 7-8층 건물의 높이였습니다. 당대 그만한 높이의 구조물을 잘 찾을 수 없어서 왕궁의 모두가 쉽게 하만의 장대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평소에 하만이 모르드개를 얼마나 싫어해서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으면 그 용도를 쉽게 추측가능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을 것인데 아마 하만이 에스더의 잔치 안에서 모르드개를 장대에 매달고자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생각나는 본문입니다. 인과응보는 공의로운 하나님께서 만든 세상의 당연한 원리이지만,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며 잊어버리는 때가 참 많습니다. 아니, 사실은 양심이 기억하고 있지만 일부러 잊어버렸다 합리화하는 것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다가오는 도전은,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의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두려운 경고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항상 겸손하라는 요청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과 공의를 실천해 나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