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하나님의 집으로 갈 때에, 발걸음을 조심하여라.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일을 하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제물이나 바치면 되는 줄 알지만, 그보다는 말씀을 들으러 갈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 말을 꺼낼 때에, 함부로 입을 열지 말아라. 마음을 조급하게 가져서도 안 된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 위에 있으니, 말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하여라.
《전도서 5장 1-2절》
저는 질문이 없는 사회가 익숙합니다.
학교나 학원의 수업시간에, 저는 일방적인 지식을 주입받았습니다. 선생님과의 소통은 아주 어릴 적 학교에서 몇 번이었고, 그마저도 학부모 참관 같은 특별한 날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대학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발언 끝에는 매번 Q&A 시간이 있습니다만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압박 아래에서 질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회도 동일합니다. 공예배에 Q&A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태신앙인 저로서는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처럼' 받도록 훈련되어 있어 질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질문은 마치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져 죄책감까지 들 정도입니다.
저는 오늘 전도서의 본문을 묵상하며 질문 없는 사회를 긍정하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저의 이 생각이 맞을까요?
아닙니다! 결코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결코 입을 다물고 그냥 믿기만 하라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격적이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기에 우리의 솔직한 질문을 경멸하거나 거부하는 분이 아닙니다. 모세의 질문에 하나님께서 명확히 응답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출3:13, 새번역]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서 '너희 조상의 하나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고 말하면, 그들이 저에게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이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심에도 우리에게 먼저 찾아오셔서 질문을 던지시는 분입니다.
[창3:9, 새번역] 주 하나님이 그 남자를 부르시며 물으셨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왜냐하면 질문은 단순히 지식을 알고자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를 향한 관심과 친밀함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질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본문으로 돌아와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라는 전도자의 권면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입니까?
답은 뒷 절에 나타나 있습니다.
[전5:6, 새번역] 너는 혀를 잘못 놀려서 죄를 짓지 말아라. 제사장 앞에서 "내가 한 서원은 실수였습니다" 하고 말하지 말아라. 왜 너는 네 말로 하나님을 진노하시게 하려 하느냐? 어찌하여 하나님이 네 손으로 이룩한 일들을 부수시게 하려고 하느냐?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언약으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셨습니다. 이런 분에게 우리가 서원하는 것은, 서원을 지키지 못할 시 하나님의 심판까지 각오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래서 십계명에 친히 이와 관련된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5:11, 새번역] 너희는 주 너의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주는 자기 이름을 함부로 일컫는 사람을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아예 서원하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마5:34-36, 새번역]
3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말아라.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아라. 그것은 하나님의 보좌이기 때문이다.
35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아라. 그것은 하나님께서 발을 놓으시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아라. 그것은 크신 임금님의 도성이기 때문이다.
36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말아라. 너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희게 하거나 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대한 맹세의 위험성은 우리 개인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까지 제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하나님께 맹세하며 구하는 것은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은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방식은 때로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완전히 비틀어 버리시기도 합니다.
오늘 묵상을 종합하여 정리하자면, 우리는 미래의 일을 구하거나 서원할 때, 맹세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구하고자 한다면 내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겨드려야 합니다. 맹세 이외의 것들에 관하여서는, 우리는 솔직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질문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드려지는 제물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 듣기를 더 원하시며, 친밀하며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시기 원하십니다.
오늘 말씀을 붙잡고, 적극적인 질문과 조심스러운 간구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