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그렇다. 다만 내가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사람을 평범하고 단순하게 만드셨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전도서 7장 29절》
전도서 7장을 묵상하며 여러 철학 사조들이 떠올랐습니다. 노자의 무위사상, 유교의 중용사상,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나 스토아와의 관련성도 언듯 보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절에 이르렀을 때, 오캄의 면도날이 제 생각을 가득 채웠습니다.
오캄의 면도날은 '필요 없는 가정을 하지 말라'는 원리로, 일을 필요 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논리적 글쓰기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요구받은 이 태도는, 미니멀리즘이나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요한 단순함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론에까지 이르는 데 끼어드는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듣고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여러 현대사회의 복잡성 안에 있는 우리로서는 행동에 대한 반응과 결과와 영향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합리모형에 대한 한계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모든 변수들을 고려 혹은 통제할 수 없으며, 의사결정의 최종적 결과 또한 예측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따지려 하지 말고, 말씀 앞에서 단순히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씀을 복잡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삶으로 실천하기 정말로 어렵습니다.
세상의 일들에 대하여는 뱀같이 지혜롭게, 그러나 말씀 앞에서는 평범하고 단순하게 살아내는 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