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나는 권한다. 왕의 명령에 복종하여라. 그것은 네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한 것이기 때문이다.
왕이 싫어하는 일은 고집하지 말고, 왕 앞에서는 물러나거라. 왕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전도서 8장 2-3절》
이 세상에서 헛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악한 사람이 받아야 할 벌을 의인이 받는가 하면, 의인이 받아야 할 보상을 악인이 받는다. 이것을 보고, 나 어찌 헛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도서 8장 14절》
전도서 8장에서 전도자는 왕을 대하는 지혜와 악을 향한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 속에서 드러나는 전도자의 지혜는 일반적인 신앙의 답변과 다소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들을 주목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전도자는 왕의 선함과 악함을 논하지 않습니다. 다만 왕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권면합니다.
[롬13:1]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전도자의 지혜는 로마서에서 나타난 바울의 권면과 결이 다릅니다. 전도자가 복종하는 것을 권면하는 이유는 바로 복종을 하나님께 맹세하였기 때문이며, 왕정이 보편적인 시대상에서 왕의 명령이 곧 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도자는 맹목적으로 모든 명령을 따르라 하지 않고, 때와 판단을 분별하라고 요청합니다. 내가 섬기는 왕과 그 명령이 잘못되었는지 당장에는 알 수 없기에, 전도자는 이런 요청을 통해 현실적인 지혜로 우리에게 안내합니다
[전8:6, 새번역] 우리가 비록 장래 일을 몰라서 크게 고통을 당한다 해도, 모든 일에는 알맞은 때가 있고 알맞은 방법이 있다.
악을 향한 지혜에 관해서도, 우리는 보통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날까지 거시적으로 시야를 확장하여 '악인들이 잘되는 이유는 그들의 몫을 지금 당장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도자는 조금 다릅니다. 그는 악의 형통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형통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서 헛됨을 선언합니다. 그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금을 기쁨으로 즐기라고 권합니다. 전도자의 이런 지혜로운 권면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욥기의 주제와 연결되지 않나 싶습니다.
[전8:15, 새번역] 나는 생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 허락받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언제나 기쁨이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다.
[욥42:5, 새번역]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저는 오늘 말씀을 통하여, 저의 신앙적인 시각이 거시적인 담론에만 치우져 있지 않았나 성찰하게 됩니다. 지금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희미하고, 당장의 필요를 간구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없으며, 당면한 기쁨과 즐거움을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성찰 가운데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금을 감사함으로 누리는 삶입니다. 거시적인 담론과 지금을 허락하신 기쁨 사이에 균형 있는 삶입니다.
그렇게 때와 판단을 분별하여 즐거움을 누리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전심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