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산 제물

로마서

by 한신자

우리는 로마서 1장부터 11장까지 여러 질문에 답변하는 바울의 논리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제 12장부터는 우리가 다진 믿음을 어떻게 실생활 속에 적용할 것인가를 바울의 권면을 따라 고민해 볼 것입니다.


12장에는 여러 중요한 권면이 있습니다. '믿음의 분량대로 분수에 맞게', '사랑에는 거짓이 없으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등등 정말로 주옥같은 실천사항들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실천사항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를 두고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롬12:1-2, 새번역]
1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2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바울은 여기서 3가지 핵심 권면을 합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1.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


이 말씀을 처음 듣는 순간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신공양을 원하시는가?'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이 권면은 앞선 11장까지의 논의를 축약하는 비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입니다.

구약을 대유하는 율법, 그리고 율법의 제사법에는 하나님께 '죽은 제물'을 번제로 드리는 것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죽은 제물'은 율법 아래에 있는 인간이 죄악 때문에 반드시 죽어야 하는 운명임을 일깨워주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죽은 어린양, 우리의 죄를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정작 죽어야 하는 제물이 되어야 할 우리가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는 '이미 죄로 인해 죽은 것처럼,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얻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율법의 예배가 아닌 영적 예배입니다.


● 2. 풍조를 본받지 말고, 새롭게 변화를 받아


완전히 부패한 인간으로 인해, 선하게 창조한 세상과 하나님께 주권이 있는 영역들이 인간의 개입으로 함께 부패하게 되었습니다.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한 율법이 인간의 근원적인 죄성으로 인해 죄를 부추기는 것처럼 작용하는 데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본인의 신분이 죄인에서 의인으로 변화된 것처럼, 부패한 풍조를 새롭게 회복시킬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리스도인의 힘이나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통로로써, 하나님의 임재를 바라고 구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는 영역의 주권을 우리를 통해 변화시켜 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 3.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


영역의 주권을 하나님께로 돌려야 한다는 말은 사실 해석적 적용에 가깝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어거스틴의 이 말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정확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는 태도 말입니다.

바울은 11장에서 하나님의 놀라우신 지혜를 찬양합니다. 그는 지금 비록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진노 속에 마음이 완악해졌지만, 이방인의 구원받는 모습을 통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이것이 하나님의 놀라우신 지혜라 확신합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당장의 죄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이뤄질 구원받은 이스라엘에 집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분명 쉽지 않지만, 지금 당장의 환란, 곤고, 박해, 원수의 모습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원수 같던 사람들-그러나 사랑으로 마침내 구원받은 사람들-과 함께 찬양드릴 그날, 마침내 영원토록 기뻐할 그날을 바라보는 태도로 지금을 살아가야 합니다.


바울의 3가지 권면은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본이 되셨으며 사도를 비롯한 믿음의 선배들이 이 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이렇게 할 능력을 부어주신다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 속에 삶으로 예배드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오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오늘을 소망하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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