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통화하는 사이

by 꿘녜

아빠와 나는 거의 매일 통화를 한다. 두 딸이 타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빠가 만든 규칙이다. 매일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것. 통화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이뤄진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이 루틴을 오래도록 가까이서 봐왔다. 그래서 가끔 옆에서 친구들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하며 통화에 활기를 보태 주기도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번거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회식이다 뭐다 하며 정신없는 저녁을 보내는 게 다반사였으니 통화를 놓친 적도 많았다. 매일 딸에게 전화를 거는 게 귀찮을 법도 한데 우리 아빠는 지치지도 않는다. 전화를 받지 않는 딸 때문에 시무룩했던 순간도 많았을 텐데 아빠는 전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아빠의 패턴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놀라워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겸연쩍어하며 “걱정이 많으셔서 그래요”라고 대답하곤 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걱정도 걱정이지만 아빠만의 또 다른 애정표현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빠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다. 33년간 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래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까지 끝내고 오는 경우가 많아 늘 평일에는 시간을 함께 보내기가 어려웠다. 주말에는 보충수업을 하러 또 학교에 나가셨다. 선생님은 왜 이렇게 일이 많을까 궁금했었는데 그냥 아빠가 일을 많이 한 거였다. 생활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려고.


33년을 치열하게 사셨기 때문일까. 아빠는 언니와 나에게 더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정년퇴임 후 노년을 보내고 계신 요즘, 아빠의 통화에 더더욱 사랑이 느껴진다. 하지만 통화 내용은 사실 별 게 없다. 저녁은 뭘 먹었는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이제는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려 노력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아빠의 단조로운 일상에 조금이나마 반짝임을 더해주려고. 고작 10분을 넘지 않는 통화이지만 아빠가 자식을 여전히 애틋하게 생각하듯 딸도 여전히 아빠를 매일 떠올리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그리고 오늘도 아빠는 전화기 너머로 사랑을 가득 담아 외친다. “우짜든지 밥 잘 챙겨 먹어야 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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