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냥한 손가락에는 얼룩이 더러 묻는다
잊지 말렴 얘야, 세상의 모든 아픔은 여기서 시작된단다
외출한 후에는 손을 씻고 고요한 낯을 하거라
너는 종종 뺨을 맞고 속죄 기도를 하게 될 거야
양 손으로 물잔을 머리 위에 끼얹으며 외치거라
내가 죄인이오 내가 죄인이오
일러 주던 사람에겐 그림자가 없었다
2.
나는 물을 삼키고 숨을 쉰다
이미 죽은 사람이어서 숨 쉴 줄 모르는 것처럼
발톱 아래로 새로운 발톱이 자라나 벗겨진다
가슴을 도닥이던 목소리는 모자이크화처럼 쪼개졌고
먼 나라의 말처럼 소란한 잠속에 빠지길 기다린다
말을 한 게 언제였더라
그사람은 그사람, 그렇게 되었다
3.
나는 슬프고 싶을 땐 언제든 슬퍼질 수 있는 재주를 지녔어
엄마는 자면서도 한숨을 쉬었고
그건 아마 습관적인 것이었을 테지만
그만 베개를 들어 꿈을 꾸었을 얼굴을 덮기로 해
착한 아이는 잠꼬대를 하지 않는다지만
이젠 필요 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