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들이 가끔씩 생각나
차창 밖으로
손을 던지면 만져지던 분홍색 영혼들
고사리처럼
피어나고 저물던 노란 불꽃들
기울어진 저녁
까맣게 자라난 무고한 비석들
고양이가 뒹굴던 바닥에서
펄떡이던 억새에서
침묵하던 고동에서
이름을 분홍이라 지었어
비린내가 났거든
귀를 적시는 희미한 소리
먼 바다에는 분홍색 돌고래가 있대
분홍이란 이름은 참 좋아
육지에 닿지 않는 아지랑이의 색
나는 돌이 싫었어
나는 바람도 싫었고
나는 해도 달도 다 싫었어
바람에만 기대면
머무르는 법을 까먹을 수 있다고
말하던 분홍, 그 냄새
발목을 잡는 무밭 구덩이
돌 하나의 이름은 모르지만
담은 담이고
탑은 탑이지
비석은 없어
무성한 웅성임
부빌 서로가 없는
세계
가득한 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