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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걍 Dec 03. 2020

분홍의 세계


묘비들이 가끔씩 생각나

차창 밖으로

손을 던지면 만져지던 분홍색 영혼들

고사리처럼

피어나고 저물던 노란 불꽃들

기울어진 저녁

까맣게 자라난 무고한 비석들

고양이가 뒹굴던 바닥에서

펄떡이던 억새에서

침묵하던 고동에서

이름을 분홍이라 지었어

비린내가 났거든

귀를 적시는 희미한 소리

먼 바다에는 분홍색 돌고래가 있대

분홍이란 이름은 참 좋아

육지에 닿지 않는 아지랑이의 색

나는 돌이 싫었어

나는 바람도 싫었고

나는 해도 달도 다 싫었어

바람에만 기대면

머무르는 법을 까먹을 수 있다고

말하던 분홍그 냄새

발목을 잡는 무밭 구덩이

돌 하나의 이름은 모르지만

담은 담이고

탑은 탑이지

비석은 없어

무성한 웅성임

부빌 서로가 없는

세계

가득한 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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