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선을 따라 그리는 손가락 위로 평생을 기대고 싶었다 거긴 아직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높이인데 어느새 너는 해발 오백 미터
네가 웃기에 나는 거기가 바다라고 믿었다 지구본에 지도를 두르면 끝과 끝이 만난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바다는 만나기로 되어 있으니까
네 목에 찍힌 점 하나를 오래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시선 사이로 우리는 반듯이 멀어지는 1과 5만의 비
묻지 않아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건 색이 짙어질수록 심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좁은 간격을 지워내고 남는 건 흐릿한 구름자국 뿐, 할 말이 정해져 있는 이 세계에서
아무렇지 않은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오늘도 일기예보는 맑음. 나는 손가락이 날짜변경선을 지나기 전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우리가 살지 않은 세계 속에 네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