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졸여서 발라놓은 눈동자에
가만히 시선을 더하고 속삭였지
창세기를 다시 쓰는 것 같아
너는 나의 유일한 사도가 되고
나는 너의 종이 되는 것 같아
내 손이 너의 전부가 된다고 말하면
부정도 미끄러뜨리는 말간 귓바퀴
오르내리는 배 위에 손을 얹고
노아의 방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지
세상의 모든 호기심을 삼킨 배
거대한 운명은 너였을 거라고
그러면 바싹 엉덩이로 기대어 오는
켜켜이 쌓인 줄무늬의 온도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손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빈 손바닥 위로 밀밭이 자라나고
사금을 긁어모은 손을
눈가에 풍덩 씻어낸다
떨리는 몸이 웃을 때
물 속에서 밧줄을 던질 때
눈 속으로 가라앉는 햇살이
닻이 되어 심장의 무게를 감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