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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걍 Jun 17. 2020

미녀와 야수


폐허가 된 궁전에서 희미한 왈츠를 나누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당신의 손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스쳐 지나가는 입맞춤도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아요


찰랑이는 건 한 잔의 부르고뉴 와인 혹은 그대의 옷자락 향기가 너울댈 때마다 와르르 쏟아지는 발끝을 여미며 입술 대신 손가락을 뻐끔거렸어요


당신 이름을 부르면 혀끝에서 쏟아지는 젖은 꽃잎 구두 그림자가 유난히 무겁네요 당신 서둘러 구두를 벗으세요 오늘은 일렁이는 목소리로 그대에게 안부를 여쭙겠어요


안녕 그 말은 참 무용해요 제 안부는 저에게 속해있지 않으니까요 부드러운 행진곡 다음엔 칸타타 이 짧은 밤 어디까지 치달아 갈 건가요 그대 오늘은 부디 안단테 안단테


당신은 휘청거리고 나는 눈 먼 걸음을 걷는데 독을 마시거나 마시지 않았거나 매한가지인 기분 칼날같은 온기도 사람을 질식시킬 수 있을까요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혓바늘이 돋은 부분을 조심해요 당신 이빨에 문지르다간 혀를 깨물고 말 거야 나는 촛불을 부는 희뿌연 숨소리를 봐요 그건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인사


그림자는 발끝에 몸을 눕혔고 펄럭이는 장막 소리 가까워졌군요  이제 그만 리본을 주워주지 않을래요 당신 나는 팔을 늘어뜨리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그대는 다정하고 잔인한 인사


잘 자요

잘 자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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