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Interview. 내일의 네일(nail)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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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담당자 #핵심인력의 퇴직 #업계 1위 군급식 TF로 합류
이번에는 '급식 담당자'라고 하는,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지인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네일님은 학교 급식 납품 사업을 하는 첫 회사에서 무려 7년 동안 교내 영양교사 분들을 대응하면서 급식 계약 관리를 담당해 왔다.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나, 돌연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회사에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들었는데,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궁금해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 민망하지만, 첫 직장에서 인정도 받으면서 참 즐겁고 보람차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나름 좋은 평가도 많이 받으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승승장구했었는데요. 다만, 연차가 조금씩 쌓이면서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상대적으로 직급, 연공서열이 중요시되는 조직문화다 보니 아무리 주니어가 잘한다고 해도 빠르게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수직적인 조직문화 자체는 전혀 불만이 없었어요. 조금은 군대 같은,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성격상 잘 맞았거든요 (ㅎㅎ) 다만, 뛰어난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마음이 조금씩 떴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직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까요?
요즘 MZ세대 하면, 다들 워라밸만 추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 스스로를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첫 회사는 정말 이런 회사는 또 없다 싶을 정도로 워라밸이 좋았거든요. 학교 급식을 담당하다 보니 여름/겨울 방학 때에는 여유가 많았던 터라, 매년 2번씩은 일주일 이상 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칼퇴 후 친구들, 그리고 남편과 저녁, 술을 즐기기도 하였고, 운동을 해보거나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해보기도 했었어요. 물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이런 워라밸이 긴 시간 유지되다 보니 '내가 회사에서 쓸모가 없는 사람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사에서 느끼는 성장이나 인정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퇴근 후 보내는 자유시간에 대한 효용이 점점 더 낮아지는 느낌도 들었고요.
아이러니하지만 과도하게 좋은 워라밸이 오히려 직장에서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이직에 대한 니즈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직을 결심한 두 번째 이유는 회사에 대한 불만보다는, 시점의 문제였는데요. 지금이 아니라면 이직하기가 더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제가 결혼을 일찍 해서, 이제는 2세를 생각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아마 앞으로 2~3년 내에는 자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에 돌입을 할 것 같았는데, 현 직장에서 그대로 아이를 가지고, 낳고 또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10년 이상 첫 회사에 재직을 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그 이후에는 제 경력을 살려서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포지션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더 쉽지 않겠다고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가지기 전에 직장을 옮긴 다음, 새로운 회사와 조직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잘 적응하고 싶었어요. 이직하자마자 아이를 가질 수도 없으니, 출산 2~3년 전에는 미리 회사를 옮겨 충분히 제가 적응하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싶었던 거죠.
기존 회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 왜 매너리즘이 왔었다고 생각하나요?
회사의 조직 문화 자체가 연공서열이 강하다 보니, 저연차였던 제가 아무리 잘해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물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너무 좋았고, 조금은 군대 같은 문화가 저랑 잘 맞는 것도 있긴 했었지만, 제가 다녀온 7년, 그 이후를 바라보았을 때, 특히나 머지않아 제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제가 맡은 직무에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첫 회사에서 저와 같은 역할의 담당자분들에게 맡겨온 직책보다 더 높은 직책까지도 올라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회사의 워라밸이나 동료들은 너무 좋았지만 더 늦기 전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기존에 학교 급식을 담당하다가, 이직 후 군 급식 관련 TF에 합류했다고 들었어요. 원했던 변화인가요?
채용 프로세스 진행 과정에, 기존에 담당했던 학교 급식에서 신사업 영역인 군 급식을 담당하는 TF 포지션으로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최초 지원했던 포지션과 다른 역할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좋았고 제게 너무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직장에서의 매너리즘을 느끼던 상황이었고 새롭게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신사업 조직으로 합류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기대가 되었어요.
합류해 보니 초반에는 DB 구축과 프로세스를 세팅하느라 쉽지는 않았었어요. 군 급식 사업은 최근 들어서 새롭게 열리게 된 시장이라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조직이 업계에 전혀 없는 상황이거든요. 데이터나 프로세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제가 속한 조직이 하나하나 부딪혀 나가면서 알아보고,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이런 경험이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후에 시간이 지나서 다른 후발 회사로 이직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느꼈어요.
이직을 통해 기대했던 부분이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막상 이직을 해보니 어떤지가 궁금해요.
이직을 통해서는 물론 앞서 말씀드렸던, 제 커리어 성장에 대한 부분을 기대했어요. 본의 아니게 학교 급식에서 군 급식으로 담당 시장 또한 다소 변경이 되면서 커리어 성장에 대한 부분은 아주 만족스럽게 기대를 충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막상 이직을 해보니 의외로 복리후생에 대한 부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전 회사 또한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 회사는 CJ 계열법인이라 CJ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직원가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거든요! 외식, 영화, 올리브영 등등... 너무 좋아요 ㅎㅎ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국내/해외여행 시 투어, 고급 호텔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도 있어요. 처음 이직을 고민할 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의외로 너무 좋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
이직이 좋은 부분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 그렇다면,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을지요?
미리 감수는 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아니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자차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왕복으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상황이에요. 다행히 제가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아요. 그리고 워라밸이 첫 회사에 비해서 훨씬 안 좋아진 것은 맞지만, 지난 7년 동안 최고의 워라밸을 많이 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네일님 曰) 이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해보니, 네일님은 이직을 통해 가장 얻고 싶었던 것이 커리어 성장과 도전, 그리고 업계에서 조금 더 인지도 있는 회사로의 합류였어요. 이를 위해서 스스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출퇴근 시간과 절대 근무시간에서는 양보를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바라본 네일님은, 힘들더라도 그 속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끼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에요. 회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퇴근 이후에도 저녁/술자리를 가지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었고요. 그런 측면에서는 단순 워라밸이 훌륭한 회사보다는 근무시간이 많아도, 신사업 분야를 경험할 수 있고 또 이러한 분야에 대한 노하우, 역량을 쌓아서 추후 또 다른 이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으로의 이직은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졌어요.
이직을 통해 당장 연봉이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인 것 같아요.
이직 후의 업무가 지금은 하는 일에 비해 당장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일이 내가 기존에 하던 일보다 더 시장에서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일을 하면서 쌓이는 역량과 노하우가 다른 회사나 산업에서도 충분히 팔릴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요. 경력채용 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일은 머지않아 온전한 값을 찾아가게 되어있어요.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지만 머지않아 효율을 찾아가기 때문이에요.
'이직을 통해 모든 것을 다 취할 수는 없고, 내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 네일님의 인터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