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은 '그물', 그 다음부터는 '작살'을 써야한다

당신의 이직이 실패하는 이유

by 래빗헌터

어느덧 두 번째 회사에서의 시간이 4년을 넘겼다. 첫 회사에서 보냈던 4년이라는 시간을 갓 넘기게 된 것이다. 이제 내 이력서에서 가장 긴 줄을 차지하는 곳은 첫정이 든 그곳이 아니라, 지금 발붙이고 있는 지금의 회사가 되었다.



나는 첫 번째 문을 어떻게 열었고, 두 번째 문은 또 어떻게 열었더라. 그 차이를 곱씹다 보니, 이직을 앞둔 이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로 '그물'과 '작살'에 대한 이야기다.


취업 준비생 시절을 돌이켜 본다. 솔직해져 보자. 우리가 첫 직장을 구할 때, "나는 반드시 이 회사의 이 직무를 하겠다"고 처음부터 정해두고 입사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를 포함해 대다수의 우리는 아마도 '그물'을 던졌을 것이다. 채용 포털에 올라온 수많은 공고를 보며 이 회사, 저 회사에 이력서라는 그물을 넓게 펼친다. 그러다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오면 그제야 "어? 여기 꽤 괜찮은데?"라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면접 날 마주한 으리으리한 사옥, 세련된 정장을 입은 진행 요원들을 보며 없던 애사심이 조금씩 싹튼다. 그렇게 덜컥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동기들과 어울리다 보면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마치 이 회사가 내가 처음부터 간절히 원했던 '운명의 상대'였던 것처럼.



냉정하게 말해, 첫 직장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던진 그물에 걸려 올라온 물고기 중, 우리를 선택해 준 곳에 안착했을 뿐이다. 그 때는 생존이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직장부터는 달라야 한다. 경력직의 이직은 더 이상 그물질이어서는 안 된다. 이때부터는 '작살'을 들어야 한다.



왜 '그물'이 아니라 '작살'인가?




많은 이들이 이직을 결심하고도 여전히 습관처럼 그물을 던진다. 헤드헌터가 제안하는 포지션, 채용 공고에 뜬 유명한 회사들에 무작위로 지원한다. 운 좋게 연봉을 높여 이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 곳에서 우리는 또다시 '남이 정해준 운명'에 맡겨진 채 방황하게 된다.


작살 낚시는 다르다. 작살을 쓰려면 물 밖에서 그물을 던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사냥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해야 한다.


1. 목표 설정 : 내가 잡고 싶은 물고기가 참치인지, 광어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2. 환경 분석 : 어떤 수심에서 노는지, 어떤 미끼를 좋아하는지, 조류가 셀 때 움직이는지 잔잔할 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한다.

3. 타이밍: 작살을 꽂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 언제인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직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네임밸류 있는 곳", "연봉 많이 주는 곳"이 아니라, 훨씬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을 겨냥할 것인가



그렇다면 작살의 끝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가장 먼저 솔직해져야 할 것은 '돈'이다. 연봉?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노동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받는 것이니까. 이걸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돈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게 먼저 던져봐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다음 회사에서도 이 직무를 유지할 것인가?" 만약 이 길을 계속 가기로 결정했다면, 작살의 끝은 더 구체적인 곳을 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어떤 성향의 회사로 갈 것인가?"


HR 업무를 하며, 그리고 스스로 커리어를 고민하며 깨달은 진실이 있다. 똑같은 'HR 매니저'라는 직함이라도, 삼성에서의 HR(이 안에서도 본사, 사업부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과 해외 기업 내 한국 법인에서의 HR, 그리고 스타트업에서의 HR은 사실상 매우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안정적인 시스템 위에서 관리하고 조율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인지, 맨땅에서 부딪히며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인지..



첫 직장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가치는 '경력'이 아니라 '데이터'다. 내가 어떤 조직 문화 안에서 숨 쉬기 편한 사람인지, 애초에 이 직무가 내 기질과 맞기는 한 건지 파악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잠시 채용 사이트 창을 닫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지금, 또다시 막연한 그물을 던지려 하는가, 아니면 날카로운 작살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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