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몇 달이 지났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속 몇 가지가 이곳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특히나 그리운 세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없다.
걷는 걸 정말 좋아하는 내게 호찌민의 보행 환경은 솔직히 말해 최악이다. 애초에 인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들어진 인도는 대부분 인근 상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그래서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인도에서 밀려나 차도의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오토바이와 나란히 걸으며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마주하다 보면, 서울의 반듯한 인도들이 참 그립다.
비슷하게, 공원 인프라가 참 부족하다.
서울은 동네마다 크고 작은 공원이 존재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산책과 러닝을 즐길 수 있었다. 호찌민도 물론 공원이 있긴 하지만, 도시의 규모나 인구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무더운 날씨와 소나기로 인해 공원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것도 한 몫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운 살라 공원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조성된 공원을 걷지 않고, 공원을 둘러싼 도로 위를 달린다. 사람보다 차를 위해 조성한 이 도로가 이제는 러너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코로나로 중단된 신도시의 미완성 도로 인프라가 공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이 기묘한 상황이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현관문 배송이 어렵다.
호찌민에서도 온라인 쇼핑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배달이 어디까지 오는가이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편하게 현관문만 열고 바로 받을 수 있었는데, 호찌민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배송이 오면 옷을 챙겨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정문이나 펜스 앞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 작은 불편이 때때로 서울 생활이 그리워지게 만든다.
일상에서 가장 당연한 것들이 의외로 삶의 질과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불편마저 즐거운 기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해외 생활의 매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