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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Nov 08. 2020

타코스는 못 얻어먹고 김칫국만 한 사발 들이마셨다.

2020년 10월 서른날의 단어들

종종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장장 한 달에 걸친 치과 치료가 오늘 치석 제거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선생님은 그동안 치료하면서 찍은 치아 사진을 보여 주며 치료 결과를 설명해줬다. 나는 굳이 다른 이를 가리키며 여기는 괜찮나요 하고 물었는데, 선생님이 거기도 치료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순간 아차 싶어 아직 아프지 않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하고 마지막 치료를 마무리 지었다. 10월 한 달을 꼬박 치과 치료에 발목 잡혔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간호사들 모두 친절한 것이 고마웠고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책을 읽은 것도 고마웠다.


K가 오늘은 꼭 산책을 가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신라면을 끓여 먹고 집을 나섰다. K는 시내에 타코스 트럭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M과 Ta와 함께 저녁을 먹고 온 참이었다. 여간해서 무리하게 부탁을 안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강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나 주려고 타코스라도 사왔나 싶었는데, 타코스는 못 얻어먹고 김칫국만 한 사발 들이마셨다. 타코스로는 부족해 탄탄면도 먹고 와서 너무 배가 부르니 오늘은 꼭 산책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타코스는 맛있었냐고 물으니 무얼 먹어도 좀처럼 맛있다고 안 하는 K가 정말 맛있었다며 줄이 길어서 또 사먹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다음번에 트럭이 오면 나도 한 번 따라가 봐야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저녁 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余計(よけい)なこと:긁어 부스럼

トラック:트럭

列(れつ):줄

매거진의 이전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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