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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Dec 05. 2020

아 다리가 짧아서 슬픈 인간이여.

2020년 11월 열이렛날의 단어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자전거가 왔다. 지금까지 타던 자전거는 바퀴가 작아 여성용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바퀴가 큰 걸로 주문해달라고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멈춰 설 때 발이 땅에 닿을지 살짝 걱정됐다. 아 다리가 짧아서 슬픈 인간이여. K는 후임이 여자면 타기 힘들겠다고 했고, 나는 내가 작은 자전거를 탔듯이 이 또한 그 사람의 운명이라고 했다.


톈샨에서 저녁을 먹었다. 언제나처럼 마파두부를 주문하려다 저녁 '한정'이라는 글귀에 속아 '진하고 맛있는 소금 돼지고기 라면'을 주문했다. 먼저 라면용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고 이어서 건더기와 면을 후루룩 먹었다. 처음에는 맛있다가 먹으면 먹을수록 간이 심심해서 별로였다. 돼지고기는 제법 두툼하게 썰어 넣어줬는데 문제는 (아마도) 이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를 먹고 난 다음부터 속이 느글거리면서 몸이 안 좋았다. 괜히 기분 탓인가 싶어 꾸역꾸역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급체한 게 아닌가 싶었다. 영 몸이 안 좋은 상태로 R에게 한국어를 알려준 뒤 곧바로 집에 돌아가 쉬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몸은 괜찮아졌고 무사히 잠들 수 있었다. 내 귓전에서 모기가 위잉거리기 전까지. 어제부터 사무실에서 다시 선풍기를 꺼내 틀 정도로 날씨가 푹해지기는 했지만, 세상에 집에 모기가 을 줄이야. 11월 중순에 모기와 숨바꼭질을 펼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추격자는 결국 승리를 거뒀고, 이것이 올해 마지막 모기이기를 바라며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부릉부릉


車輪(しゃりん):바퀴
蓮華(れんげ):라면용 숟가락
隠れん坊(かくれんぼう):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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