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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Dec 10. 2020

미세한 공기의 떨림을 통해 우쭐함이 전해졌다.

2020년 11월 스무둘째날의 단어들

고치는 태풍이 자주 지나가서 태풍긴자(台風銀座)라고도 불리는데 통계를 보면 일본에서 가고시마현 다음으로 태풍이 많이 상륙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풍이 지나는 계절에는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심심찮게 있는데 통역안내사 첫 수업이 그랬다. 오늘은 태풍 때문에 휴강된 수업을 대체하는 마지막 수업날이었다.


첫 수업은 커뮤니케이션이 주제였다. 강사는 항공사에서 스튜어디스 일을 하다가 딸자식밖에 없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일본에서 최초로 신사의 여성 신관이 된 사람이었다. 사무국 직원이 '일본 최초'라며 강사의 경력을 소개할 때, 애써 표정은 숨겼지만 미세한 공기의 떨림을 통해 우쭐함이 전해졌다. 수업은 총 세 시간이었는데 첫 한 시간은 강사의 생애와 역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의 질은 차치하고서 결국은 '일본 최초의 여성 신관'이라는 타이틀 덕에 이런 수업도 맡는 걸 보니, 실력보다도 허울이구나 싶었다.


두 번째 수업은 일본의 관광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미국인이 태국에 있는 집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솔직히 앞서 세 시간보다 미국인의 한 시간이 더 유익하고 재밌었다. 그의 여러 가지 직업 중의 하나는 일본의 옛집을 사들여 숙박업소나 카페로 개조하는 것이었는데, 외국인이기 때문에 다 스러져가는 옛집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일본 관광지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간판과 안내판을 비판했는데, 이건 한국의 관광지들도 참고하면 좋겠다 싶었다. 하필 집에 일찍 돌아가 봐야 하는 오늘,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수업하는 것만 빼고 재밌고 알찬 수업이었다.


テーマ:테마, 주제
古民家(こみんか):옛집
あいにく、よりによって: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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