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경력이 쌓이며 월급은 많이 늘었지만 저축금은 도무지 늘어나지가 않았다. 대신 매달 돌아오는 카드값이 늘어났다. 특별히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항상 150~200만원의 카드값이 돌아왔다. 그 카드값을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더 무언가를 사고 싶었고, 더 소비하고 싶었다.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이며 매달 사고 또 샀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했다. 나름대로 살까? 말까?를 며칠씩 고민하며 기대한 옷이기에 입어볼 생각에 신이 났다. 며칠 뒤 택배를 받았고(가장 행복한 순간) 그다음 날 너무나 기분 좋게 입고 나갔다. 왠지 새 옷을 입은 날은 일이 잘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딱 그날, 그때뿐이었다. 다음날부터 그 옷은 처음 입은 날 가졌던 가치를 즉시 잃었고, 헌 옷이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의 행복감도 사라졌다.
여름휴가를 다녀왔을 때도 그랬다. 여행 가기 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곳에서 자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나를 상상하면서 행복했다. 여행지에서는 언제 또 오겠어? 하며 관광이며 쇼핑으로 더욱 행복했다.
그러나 휴가가 끝나고 난 후 내 메일함에 쌓여있는 메일 100통과 여행지에서 쓴 카드값으로 현실로의 강제 복귀를 당하며 소멸해가는 행복의 기억을 핸드폰 속 사진으로만 간직하게 되었다.
이거 이상한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소비로서 얻은 행복은 쉽게 휘발해버렸다. 휘발성 행복. 마치 고양이가 좋아하는 영상 속 나비처럼 잡은 것 같지만 잡히는 게 없듯이 말이다. 그것은 산 직후부터 가치를 잃고 행복까지 앗아갔다. 그 휘발하는 행복을 또다시 얻기 위해 다시 소비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지속적인 행복은 내가 소유한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치를 가질 때 가능하단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