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트라우마를 가진 나를 위해서 쓰는 에세이
아이는 케이크 위에 올려놓은 빨간 젤리를 아껴 먹으려 했어요.
그런 마음을 모르는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젤리를 먹기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대신 먹어주었고요.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던 아이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먹입니다.
아껴 먹으려고 했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젤리를 좋아하는데.
미안해진 아빠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내일 다시 케이크를 사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죠.
그 젤리를 먹지 못한 난 불쌍한 아이야.
그 젤리를 먹지 못해서 난 우울해졌어.
하지만, 아이는 아빠를 직접적으로 탓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어두운 말들을 내뱉으며, 아빠를 더욱더 미안하게 만들죠.
물론, 아이는 아이라서, 이런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아이니 까요.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서도 이런 말과 생각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마치,
널 탓하지는 않지만, 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겠어.
널 욕하지는 않지만, 넌 나에게 미안해해야 해.
작심이나 한 듯 말이에요.
직장에서든, 연애에서든.
상대방을 미안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늘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괜찮아.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나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말해도,
상대방은 미안한 마음이 들 텐데 말이에요.
왜 미안해하지 않냐고 따지지도 말고요.
이미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더 미안하게 만드는 말을 계속해서 한다는 건,
사실,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지도 모릅니다.
꼭, 주먹질, 발길질을 해야 폭력을 휘두르는 건 아니니까요.
상대방을 미안하게 만들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