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트라우마를 가진 나를 위해서 쓰는 에세이
퇴근길.
걷던 걸음을 멈추자, 방향을 잃었다.
매일 반복되는 어제와 같은 오늘.
더 이상 내일이 궁금하지 않았다.
5년 전이었다.
내 삶의 본격적인 배낭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 그 여행이, 결국 마지막이 되었다.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른 체, 마지막이 돼버린 그 배낭여행의 추억을 되씹으며 지낸 게 벌써 5년이다.
마흔이 넘은 5년은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고, 쉽게 무기력해진다.
20대의 패기와 30대의 열정이 더 빛나는 건, 40대에 밀려드는 무기력과 비교되기 때문이 아닐까.
통장에 늘어가는 월급.
하지만, 늘 먹던 음식에 늘 마시는 맥주.
옷에도 욕심이 없고, 살림에도 욕심이 없다.
헤어지면 새로 사고, 떨어지면 채워놓는 반복.
어느 날 갑자기 멈춘다고 뭐가 달라질까?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드라마와 영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늘 만나는 친구들.
이젠 여행도.
흥미를 잃어버리고.
열정 가득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쳤던 작가의 삶도.
시들해져 버렸다.
본능적으로 감정의 흐름을 반대로 흐르게 할,
이야기로 이어나가야 하겠지만.
쓸 말이 없다.
더 이상 내일이 궁금하지 않다는 생각만 맴돌 뿐.
이대로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