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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16. 2021

떠남을 위한 여행

낯선 설렘: 필리핀

#동남아 #아세안 #필리핀 #마닐라 #여행 #떠남




“다음 주?”

제대로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다음 주라니.


세상이 날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왜 매번 망각하는 걸까? 

나와 달리, 엘리사의 시간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원하는 수준만큼 공부도 했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때,  

엘리사는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각 많이 나겠지요?”

엘리사는 날 빤히 쳐다봤다. 


마닐라에 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엘리사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낡은 필름처럼 흘러갔다. 


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던 걸까?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대로 영영 끝날지도 모르는데, 

흘려버린 시간들이 못내 야속했다.


“이런 부탁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엘리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있잖아요. 나랑 한 번 더 여행 가지 않을래요?”


다음 주면 엘리사는 더 이상 필리핀에는 없는 사람이 된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된다고 하지만, 경험상 그건 쉽지 않다는 알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는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별의 순간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쉬움이 남아도 어쩔 수 없다. 

나야 하는 순간이 오면 떠나는 사람은 어김없이 떠난다. 


말려도 소용없다. 

단지,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막는다면.

병이 나고 말겠지.


“알았어.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은데?”

“마닐라.”

“응? 마닐라에 살면서 마닐라로 여행을 떠나자고?”

“응. 은근히 마닐라에도 가볼 곳이 많더라고요.”

“하여튼, 독특해.”

“그래서 나 좋아하는 거잖아.ㅎㅎ”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어쩔 수 없나 보다. 

몇 마디 장난을 치면서 금세 분위기는 풀어졌다. 

 

하지만 알고 있다. 

서로가 잠시 아닌 척, 넘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헤어짐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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